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코로나19는 노약자 괴롭힌다.
고령화가 심한 농촌은
그만큼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마스크 대란으로 소외되기 쉬운
고령농가․영세농가 등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지원해야

묵묵히 농토를 일궈가며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인의 어려움을
정부당국은 외면하지 말아야"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난 지 10여일이 됐다. 3월은 역동적인 달이다. 농촌 곳곳에 초록의 생명이 움트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멈춰버렸다. 국민 모두가 생명의 위험과 경제 침체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어느 곳 하나 힘들지 않은 데가 없다. 농업계도 다른 분야에 비해 어려움이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힘든 시기지만 농사는 때를 놓칠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뒤숭숭한 봄이 됐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

요즘 시장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농산물 판로가 막혔다. 수확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엽채류·과채류 재배농가는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다. 화훼농가는 2~3월 대목을 놓쳤다. 국내 소비도 그렇지만 특히 화훼는 최대 수출국인 일본 주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입학·개학식이나 각종 행사가 취소돼 꽃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파프리카도 일본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끊긴 하늘길 때문에 농산물이 갈 길을 잃어 농업인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산물 수출업체의 위기가 곧 생산농가의 위기다.

코로나19는 유독 노약자를 괴롭힌다. 고령화가 심한 농촌은 그만큼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보건환경이 열악하고, 의료인프라도 부족하다.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하더라도 건강상 찝찝하고 그렇다고 내색도 할 수 없다. 농촌 현장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선뜻 손을 맞잡지 못하는 일은 당분간 길게 이어질지도 모른다.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하기에 그렇다. 대인관계 기피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서글픔을 감추기 어렵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나서부터 농촌생활도 달라졌다.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로 말벗이 모이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도 썰렁하다.

급기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적 불안감과 늘어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11조7000억 원 규모다. 그야말로 슈퍼추경으로 최대 규모다. 하지만 농업분야는 기존 예산 운용계획을 변경해 피해농가와 업체에 지원하기로 하고 추경에는 단 한 푼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계는 외식이 줄고 지역축제 등 단체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농산물 소비가 급감했다. 농촌관광객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농업피해는 앞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듯하다.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 농사 규모는 줄고 인건비는 높아져 농산물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농산물 소비부진에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다. 본격적인 영농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농업인은 한해 농사 계획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코로나19 추경안에 농업 피해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농업계 어려움도 살펴주는 대책이 절실하다.

농업인은 생업조차 버겁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 종식 시점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농업인 저마다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키면서 담담한 마음으로 코로나19의 운명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국가 재난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재앙으로 확산하고 있다. 취약한 농촌방역도 중요하다. 마스크 대란으로 소외되기 쉬운 고령농가·영세농가 등 농촌 취약계층에게는 마스크를 무상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정직하게 묵묵히 농토를 일궈가며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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