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인한 농업분야 영향과 대책 - 농기계 분야

▲ 농업인들이 많이 찾는 농기계임대사업소는 향후 중국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 혼란이 커질 곳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가 심각하다. 농업 부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화훼를 비롯해 농산물 소비 감소와 농촌체험관광 등이 얼어붙어 타격이 크다. 많은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농기계 분야도 코로나19가 지속되면 여파가 우려된다. 어떤 대책과 시행계획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매출 50억 미만 기업 78% 달해…수급처 다양화 필요

일선 농업기술센터 농기계담당자 사태 장기화로 인한 여파 우려
중국진출 계획 세우던 농기계업체 먹구름…부품 고도화 나서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춘절 연휴가 끝난 이후 근로자에게 2주 자가격리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로 중국 부품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현대와 기아차 등 완성차기업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여파가 미친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 10일부터 중국 현지공장이 점차 가동을 재개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원활한 공장운영이 불투명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자동차 부품 수급 어려움이 농기계 부품 수급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훨씬 규모가 큰 자동차 부품시장에 비해 농기계 부품은 규모가 턱없이 작아 제한된 인력을 써야 한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우리나라 농기계 업체는 약 590개로 매출액 50억 원 미만이 461개로 무려 78%에 달한다. 500억 이상 기업은 18개로 3%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부품 수급이 어려우더라도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도산을 걱정할 처지다.

또한 지역에서 농업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농기계임대사업소도 부품 수급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의 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기계임대은행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산 농기계 비율이 훨씬 높지만 일제 농기계를 선호하는 농가들 때문에 일부 비치하고 있고, 중국산 농기계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산과 일제 농기계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대형 농기계 수요가 많은 특징을 갖고 있는데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 곧 닥칠 영농기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특히 농업인들이 엄두를 못 내는 농기계 수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담당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다른 지역의 농기계임대사업소 관계자는 “가뜩이나 농기계 정비인력이 부족해 농번기마다 밤을 세우는 일이 많은데 부품마저 말썽을 일으킨다면 현장에선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역시 사태 장기화로 인한 영향을 우려했다.

더군다나 농기계임대사업소는 노후화된 농기계가 많아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전국 농기계임대사업소가 보유한 농기계 중 전체 약 37%가 내용연수가 지난 것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는 4조 원으로 예상되는 중국 농기계시장 진출계획을 세우던 우리 기업들에게도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30일 중국 청도에서 열린 중국 국제농기계박람회(CIAME)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2225만 달러 수출실적을 올렸다. CIAME에 참여한 우리나라 업체만 해도 22개 업체나 됐으며, 특히 중소업체가 많아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수출길이 좁아진다면 본격적인 진출 청사진을 그리던 업체에겐 큰 타격이 미칠 전망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농기계박람회인 CIAME는 원래 우한과 청도에서 번갈아 열렸었다. 이번 코로나19의 최초발생지역이자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낸 곳이 우한이란 점이 특히 염려스럽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CIAME는 우한에서 열릴 차례였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CIAME 개최장소는 중국 정부에서 정하는 것이라 올해 우한에서 개최한다고 확답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우한보다는 청도나 다른 지역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미 저렴한 인건비와 내수시장만 보고 성급하게 중국에 진출했다 실패한 사례가 많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돌발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중국 농기계 수출실적은 2018년 2900여만 달러로 점유율은 2.8%, 국가별 순위로는 5번째에 불과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국내 굴지의 농기계 생산기업인 LS엠트론은 지난해 매출액이 8600여억 원으로 전년대비 7.5%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805억 원으로 적자폭도 늘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중국 등 해외 시장침체로 판매가 부진한 탓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농기계산업을 고도화의 전환점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그래서 힘을 얻고 있다. 이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기계 핵심부품 품질 고도화 등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부터 1200억 원 예산으로 새만금 간척부지에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를 구축하기로 했고, 잔고장과 사용자 불만이 많으며, 교환빈도가 높은 핵심부품은 집중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매년 2개 이상의 부품을 개발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주로 자동변속기, 전기전장 장치, 통합제어시스템, 내구성이 취약한 부품 등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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