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힘-경기 포천 ‘포담화요장터’

▲ 김순옥·이관욱 부부는 귀농 후 이웃과 지역을 위해 본인 집에 상생힐링장터 포담화요장터를 열었다.

생산자-소비자 잇는 직거래장터…귀농부부의 무모한 도전
무료 점심·밴드 공연·건강프로그램·아나바다 장터 등도 운영

소농 위한 상생장터
한 귀농부부가 농촌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유별난 장터를 연다고 해 경기 포천의 신북면 삼성당2리 마을을 찾았다. 매주 화요일 포천의 모든 걸 담는다는 농특산물 브랜드 포담에서 따온 ‘포담화요장터’(이하 장터). 부인 김순옥씨와 남편 이관욱씨는 지난해 5월부터 본인들의 집마당을 그들만의 로컬푸드매장으로 꾸몄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점심도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날도 국수를 삶느라 정신이 없다는 김순옥씨.
“서울 북아현동에서 이곳으로 귀농을 했는데 남편이 외지인 처음으로 마을의 이장을 맡게 됐어요. 이장을 맡고 동네를 위한 일을 고민하다 장터를 열게 됐어요. 유기농으로 키우는 고추와 장류부터 이웃주민들의 물건도 팔고, 싼값에 살 수도 있다 보니 조용한 마을이 북적이기 시작했어요. 물론 처음엔 파는 사람만 있었고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적도 있었죠. 입소문이 나면서 이젠 포천 곳곳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찾는 큰 사랑방처럼 됐네요”라고 만족해했다.

부부의 집 이름은 허당원이다. 빌 허(虛), 집 당(堂)이란 뜻인데 역설적이게도 빈 집이 이웃들이 넘쳐난다. 장터는 우선 직거래장터의 기능이 첫 번째다.

장터는 쌀과 잡곡부터 제철 신선농산물인 버섯, 계란, 채소, 과일부터 산야초 발효액, 장아찌 등 가공품과 메디푸드로 각광받기 시작하는 항당뇨 고추, 강황, 마, 동아 등도 장터의 거래품목이다. 특히 팔기 힘든 소량의 농산물이 눈길을 끌었는데 할머니가 주워다 갈은 도토리가루부터 자식들 주려고 만들었는데 너무 많아 내놓았다는 장아찌 등이 이색적이었다. 소농을 위한 상생장터의 면모를 확인할 수 품목들이 특히 많았다. 봄맞이를 위한 냉이,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한다는 무짠지, 엿기름 띄워 만든 천연소화제 식혜,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먹는 과일청, 갓 짜서 더 고소한 참기름과 들기름, 어머니 손맛의 밑반찬까지 대형마트 부럽지 않는 구색을 갖췄다. 거기에 지역화폐인 포천사랑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다.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삼성당2리 마을엔 함께하는 세상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포담화요장터가 열린다.

구경 한 번 와보세요~
장터는 판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점심 무료제공뿐 아니라 남편 이관욱씨가 주도해 만든 파머스(Farmers)밴드는 이름 그대로 농부들로만 구성된 밴드다. 파머스밴드 공연은 장터의 흥을 한층 고조시킨다,

이관욱씨는 “이곳으로 내려와 허당원이란 이름을 짓고 장터를 열게 된 건 돈은 결코 우선순위가 아니었어요. 처음엔 ‘저게 되겠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리잡은 것 같네요. 누적매출은 1억 원 정도지만 솔직히 적자가 3000만 원쯤 난 것 같아요. 일체 수수료를 안 받고, 손실나는 건 우리 돈으로 채우다보니 그런 것 같은데 앞으로도 수수료 받을 생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날도 150인분 잔치국수를 내놓은 식당에서 혼자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 돈보다는 한데 어우러져 살며 느끼는 행복이 먼저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장터에선 침과 뜸 강좌, 무료진맥 등 건강프로그램부터 본인이 쓰다 필요가 없어진 옷, 모자, 생활용품 등을 파는 아나바다 장터도 이곳에서 열린다. 포천시귀농인협의회도 참여하면서 그들이 농사지은 버섯과 돼지고기, 꿀부터 예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달고나, 뽑기, 비석치기, 윷놀이 등의 놀거리도 즐비하다. 또한 농업인단체 행사도 장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10월 말엔 잠시 휴식기를 가지려고 했다는 부부. 하지만 포천시농업기술센터 이경훈 소장의 적극적 권유로 겨울에도 장터를 계속 열고 있다. 그렇다고 장터가 자금지원을 받는 건 아니다. 농업기술센터는 장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컨설팅과 보다 더 다양한 품목이 취급될 수 있도록 홍보역할을 도맡는다.

포천시농업기술센터 이선주 지도사는 “장터는 돈이 돌고 도는 곳이 아니라 정이 돌고 도는 것이라고 봐요. 장터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셈인데 앞으로도 포천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 계속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함께하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가치가 중요하지 않을까.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나누고, 더함으로써 농촌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거라고. 거기에 나만을 생각했던 마음마저 버린다면 모두가 행복한 마을이 되지 않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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