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한우협회 각각 자구책 내놓고 활로 모색

▲ 지난 11일 한돈협회와 농장과 식탁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돈가격 안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부터 한돈산업 관계자들은 ‘잔치는 끝났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입육 증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하면서 5년이란 호황기가 끝나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돼지 한 마리 평균가격이 19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최저생산비가 32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3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치면서 돼지고기 소비의 최후 보루인 외식시장마저 얼어붙고 있어 양돈업계의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한돈협회(회장 하태식)와 농장과 식탁(이사장 하광옥)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돈가폭락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농장과 식탁 김재민 실장은 도매시장을 통한 경매 비중이 1998년 34.8%에서 2018년 7.4%로 급락함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축산유통은 유통비용을 어떻게 줄일까에만 집중하면서 도매시장 역할과 기능은 외면했다”면서 “돼지의 수집·분산, 공정한 가격형성 등을 등한시한 만큼, 도매시장이 공적 역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청과시장 수준의 감독과 지원, 정가매매와 수의매매 시행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가매매는 출하자가 미리 정한 판매예정가를 도매시장 법인이 구매자에게 가격과 물량을 제시해 거래하는 방법이다. 수의매매는 경매사가 구매자와 1:1로 협의해 거래조건을 정하는 거래방법으로 정가·수의매매는 전체 돼지시장 수급과 생산비 등을 감안해 가격을 결정한다.

이어 대한한돈협회 왕영일 감사는 “도매시장 유지는 시장논리에 최적화된 한돈산업의 안정성을 위한 장치로 볼 수 있어 꼭 필요한데 현재 직거래와 수직계열화 형태의 대형패커 육성에만 집중되면서 공적 유통경로인 도매시장과 공판장을 홀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질병과 계절적 요인으로 자체적인 생산조절이 힘든 축산업계 특성을 감안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윤태일 장장도 “수익적 관점에서 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에 관심이 적었던 건 사실”이라며 “향후 도매시장에 품질 좋은 규격돈이 많이 출하되길 바라며, 돈가를 위한 인센티브, 수송비 지원 등의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한우협회(회장 김홍길) 주최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한우 소비진작을 위한 한우유통 전문가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미 1인가구 증가, 가심비 중심 등 소비시장의 변화와 HMR, 배달음식 활성화, 온라인 구매 등 소비트렌드는 급속히 바뀌고 있어 한우 소비촉진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한우사육두수가 300만 두를 넘어서면서 가격이 폭락한 이후, 고난의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치면서 외식과 대형유통매장의 한우 구매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1일 변경된 쇠고기 등급제 개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등급제 개편은 사육기간이 줄어 생산비를 줄여준다는 점과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혔다는 이점도 있지만 1++ 출현율이 늘어나는 점과 등급이 낮은 한우가격이 되레 높아지는 가격역전현상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가 1월31일 조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전담팀이 한우 등 소비부진을 타개할 대응방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나온다 해도 한번 위축된 소비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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