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공장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김치 공장은 재료 특성상 농촌지역에 위치한 곳이 많고 직원들 또한 농촌의 여성들이 많다. 내가 공장에 방문했을 땐 옮겨야 하는 배추가 트럭으로 가득이었고 나이가 지긋한 농촌여성 한 분이 배추를 혼자 옮기고 있었다. 고령화되고 일손이 부족한 농촌지역 현실에 관한 기사를 써왔지만 실제 그러한 현장을 맞닥뜨린 것은 처음이었다.

혼자 머쓱하게 서 있을 수 없어 조금 도와드리는 척을 했다. 배추를 옮기다 보니 이 많은 양을 저분 혼자 언제 다하나 싶어 호기롭게 탑차에 올랐다. 평소 ‘방해나 하지 말고 저리가라’는 말을 많이 듣는 나지만 그래 도 젊은 피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배추는 전달해도 끝이 없었다. 점점 허리가 아팠고 손이 쓰렸다. 자꾸 괜찮다는 어르신 말씀에 힘든 내 색을 할 수도 없었다. 다시는 함부로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겨우 일을 마쳤다.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 분 혼자 했으면 얼마나 더 고됐을까 하는 생각은 그동안 내가 농촌여성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한 것일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이후 농촌의 노동력 문제나 농촌여성들의 건강 문제를 마주하면 그 순간이 떠오른다.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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