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여성조합장 릴레이 인터뷰 - 전남 고흥 풍양농협 박미화 조합장

광주·전남 최초 여성조합장…30년 근무경험이 큰 힘

전국 지역 농축협 여성조합장은 8명이다. 전국 지역농협 1118개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처럼 여성조합장 인터뷰를 통해 여성조합장이 있는 농협만의 차별화된 사업과 프로그램, 당선의 의미와 여성조합장이 있는 지역농협의 발전된 변화상을 알아본다. 여성조합장 릴레이 인터뷰 일곱 번째로 고흥풍양농협 박미화 조합장을 만났다. 박미화(52) 조합장은 농협에서 근무하면서 조합원들과 쌓은 유대감과 풍양농협에 대한 책임감을 조합원들에게 인정받아 광주·전남지역 최초의 여성조합장이 됐다.

▲ 최연소이자 전남 최초 여성조합장인 박미화 조합장은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임기 내 신용사업으로
풍양농협 안정적 기반 다질 것

- 풍양농협을 소개해달라
풍양의 주작목은 유자로, 대한민국 유자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마늘 장아찌에 들어가는 대서마늘 또한 이 지역의 특산물이다.
우리 농협의 조합원은 1450명의 전형적인 시골 농협이다. 그중 여성의 비율은 42%이고 연령대는 주로 70~80대 고령화돼 있다. 점점 고령화 되다보니 사업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많고 현재 이들을 위한 사업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가 가장 고민이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귀농·귀촌 인구들도 조금씩 유입되고 있기는 하다.

- 여성조합장으로 당선의 원동력은?
나는 먼저 여성이라는 점과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극복했어야 했다. 농촌에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라 조합원들 시선에는 ‘저 어린 여성에게 풍양농협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심의 시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풍양에는 군 위원, 면장, 우체국장, 교장 등에 여성 기관장들이 많이 있다. 다들 각자의 역할을 잘하며 신뢰를 주고 있어 나 또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협직원으로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풍양농협을 개혁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합원들의 세심한 부분을 보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점을 바꾸고 싶었는데 이러한 신념이 아마 어리다는 점, 여성이라는 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 전국 여성조합장은 8명이다.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나?
당연히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 협의체를 구성해 연대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전체 조합장 수의 1%도 안되는 수치라 그 영향력이 크지는 않겠지만 여성조합장으로서 어려운 점, 요구사항 등을 논의하고 중앙회에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도 여성정치인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처럼 여성조합장도 향후 3년 굉장히 많은 여성조합장 후보가 나오고 또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조합장 비율이 높아지면 목소리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당선된 여성조합장들이 여성조직을 강하게 만들고 농협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

- 여성조합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현재 우리 농협의 고향을 생각하는주부모임은 해마다 독거노인이나 소년가장에게 김치봉사를 하고 있다. 내가 직원일 당시 2기까지 배출하고 그동안 많이 침체해 있었는데 올해부터 다시 조직화해서 활동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그런데 사실 인원 충원에 어려움이 많다. 요즘 오랜 시간 정착한 다문화여성들이 많은데 이들과 함께 조직을 움직여 보자는 생각도 있다.
사실 그동안 여성조합원들을 많이 챙기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여성농업인 조직과 활발히 교류해 풍양농협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여성들이 풍양농협과 많이 친해질 수 있도록 노래교실같은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 풍양농협 발전을 위한 역점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은?
풍양농협은 2016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인력중개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한 조합원이 중개센터에 의뢰하면 우리 중개센터에 등록돼 있는 인력이 농가에 배분된다. 농협에서 운영하다 보니 급여계산도 정확하게 이뤄진다. 많은 농협에서 벤치마킹해갔다.
신용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사업은 생물을 다루다보니 가격 등락이 심하고 변수가 많다. 따라서 임기 동안 신용사업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구축해 놓고 싶다. 또, 내가 조합장이 되고 처음으로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하고 있다. 풍양농협은 이전에 직원 문제로 법적인 분쟁을 3년간 겪었다. 이는 모두 소통의 부재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해 직원들과 새해를 맞아 면담을 시작했다. 조합장에게 바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말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업무 분담에도 참고하도록 할 것이다.

- 농촌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농촌여성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현재 풍양에는 여성 이장이 한 명뿐이고 우리 농협 이사회에도 여성이 한 명이다. 이러한 점이 안타깝다. 여성들이 조직원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위축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해야 여성조직이 강화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직원 정년까지 8년의 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이 자리를 박차고 직선제에 나온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조직사회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목소리를 내려고 시도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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