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 명예교수(사회학)

"이제는 누군가가 여성들을 위해
일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말자.
남의 손에 자식을 맡기지 않고
책임지고 성장시키듯이
정치도 여성들이 직접 풀어가야 한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비합리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 박옥임 순천대 명예교수(사회학)

2020년이 벌써 한 달이 다 지났다.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관련 정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요란하다. 이번 총선에는 그야말로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껍데기 같은 국회의원은 뽑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지 당선되고 나면 국민들은 뒷전이다.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진정한 대표를 뽑아야 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혹시나’ 하고 찍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나’ 하면서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국민들은 정치에 식상하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정치가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도 훨씬 막강해서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진흙탕 같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냉소했다. 그리고 정치는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고 스스로가 암묵적으로 동조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이 차별과 억압은 물론이고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국가의 중요한 기관의 장이나 여러 행사를 눈여겨보면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대부분 남성 중심의 나라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각부터가 그러하고 국회의원의 성비 구성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는가.

국민의 대표인 여성 국회의원의 진출을 보면 제헌국회부터 8대까지는 한 자리 수에 그치다가 할당제가 도입된 17대 국회부터 두 자리 수가 됐고 20대에도 51명에 그치고 있다. 전체 국회의원 중 17%에 머물고 있으니 최소 하한선인 30% 도달하기에도 요원하다. 따라서 장차 50% 여성 공천 목표달성의 디딤돌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번 총선에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을 30%를 공천해야 한다. 참고로 역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율이 40%를 넘는 국회의원은 단 2명뿐이었는데, 모두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혹자는 절반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여성이 인구의 절반이므로 여성 대표자도 절반이어야 함은 당연한 주장이고 권리다. 여성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존엄과 가치라는 명분이 확고하면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 합리적인 요구다. 성에 의한 차별 없는 평등은 언제라도 반드시 실현되기 마련이다. 1920년대 선각자 서재필 박사는 여성도 교육에 제외될 수 없다며 전 국민의 의무교육 실시를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 여성들은 대환영이었지만 다른 쪽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의무교육이 초등학교를 넘어 중·고등학교까지 보편화되고 있지 않는가. 여성의 권익침해나 불합리한 제도나 관습을 깨뜨리는 행동 또한 넓은 의미의 정치적인 행동이다.

1870년 영국에서 최초로 금녀의 벽을 깨고 에딘버러 의과대학에 입학한 여학생 소피아 젝스 블레이크는 해부학 강의에 들어오지 말라는 남학생들의 엄청난 반대를 이겨냈다. “여학생에게도 남학생과 똑같이 의사 자격시험의 기회와 의사고시에 합격하면 의사자격증도 달라! 여성인 우리가 의사로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여성들과 사회가 판단하게 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저항과 노력으로 두터운 벽이 무너지고 나중에 여성의과대학과 여성과 아동을 위한 병원도 설립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성들이 남의 손에 자식을 맡기지 않고 책임지고 성장시키듯이, 정치에도 여성들이 직접 참여해 풀어가야 한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비합리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치적인 행동이자 모든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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