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

우리 국민들이 맞이하는 일상의 한국정치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기대감을 걸고 선출한 대통령은 얼마 지나고 나면 실망과 원망으로 바뀐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국리민복(國利民福)과 나라발전을 이끌 국정추진을 외면하고 정파적 다툼에 빠지고 만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를 만나 이런 한국정치의 병폐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국정치 혁신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정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 간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기에
의회 중심 내각제가 바람직

직선대통령은 제도권보다 비서조직에 의존
승자독식의 제왕적 통치로 기울어져

강 교수는 한국 정치혁신과 관련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등 4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는 먼저 대통령직선제가 갖는 병폐부터 소개했다.
“대통령 선거운동은 선거 캠프요원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대통령 당선 이후 이들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비서로 품게 됩니다. 따라서 직선대통령은 집권당과 국무회의와 같은 제도적 기구에 의존하기보다 소통이 쉬운 사적 비서조직에 크게 의존하게 되죠. 비서들은 국가정책과 정책의 효율성을 따지기에 앞서 대통령의 뜻을 중시해 신임 얻기에 주력하다보니 청와대 앞 비판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집권당과 행정부서, 심지어는 야당과의 협치가 차단되는 승자독식의 제왕적 통치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죠.

또 집권 후반 총선이후에 또 다른 대통령이 될 후보가 부각되면서 레임덕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에 역대 대통령을 보면 집권 후반에 국민지지가 크게 추락해 초라한 모습으로 퇴임하곤 합니다.”
이에 4년 중임제 개헌론이 대두되는데, 이는 사실 8년의 임기허용을 의미한다. 첫 번째 4년 임기는 재선목적으로 인기영합 형태로 흘러가고, 재선 후 4년은 퇴임을 향해가고 있으므로 지금의 5년 단임과 별반 차이가 없어 4년 중임에 큰 의미가 없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대통령 의존 통치보다 의회 내각제 바람직
강 교수는 정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인 기관이 국회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자가 모여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모여 협의와 논의로 국정을 이끌고 나가는 방식이 대통령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방향이다. 때문에 강 교수는 의회중심의 통치형태인 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선거는 복수의 경쟁후보 가운데 공직을 담당할 인물을 유권자인 국민이 선택하는 과정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정치권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매우 주요한 행사다. 선거가 민주주의를 실현해내는 국민 주권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엔 집권정부가 관권선거로 유권자의 표를 약탈했다. 요즘에는 복지남발로 표를 유혹하고 있다.
“국민들이 후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투표를 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잘 판단해 선거에 임해야 합니다.”

강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대표제를 강화해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 장애인, 탈북자, 저소득층 등 사회각계를 대표하는 비례대표의 의석수를 늘리면 각 분야의 사회적인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쉽게 푸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각계의 의사를 더 반영하는 비례대표의원을 늘려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동의가 어렵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방송분야 등 전문성이 높은 분야인데 이를 하나의 상임위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의원수를 늘려 상임위를 세분화하고 전문화해야 국정추진에 탄력을 얻게 되니 비용문제에 앞서 전문화를 먼저 추구해야 합니다.”
강 교수의 논리다.

민의 기반한 정당정치로 거리정치 지양해야
강 교수는 우리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당간의 경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 했다.
“여야는 유권자 정당가입 유인은 물론, 당원들의 자조적인 정책개발 독려와 발표에 의한 민의 잡기 경쟁시스템 가동에 힘써야 합니다. 이런 정당정치가 강화돼야만 의정과 국정효과를 높여 정치선진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이 굳이 거리정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강 교수는 ‘민주주의는 강대국을 만드는 힘’이라고 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기관인 인텔리전스 유닛(Intelligence Unit)은 매년 전 세계 167개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평가는 선거의 공정성, 효과적인 정부의 기능, 자유로운 정치참여, 민주주의 정치문화, 시민적 자유의 보장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측정하고 있다. 2012년 조사에서 25개 국가가 완전 민주국가군으로 분류됐는데, 우리나라는 20위를 차지했다. 광의의 아시아지역 국가 중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이며,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미국보다 그 순위가 높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로 평가받은 바 있다.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이런 평가에 힘입어 반기문 씨가 유엔사무총장으로 추대돼 세계평화를 위한 세계적 지도자로 10년간 활동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만약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독재 전제국가였다면 이런 국가적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흔히 경제력과 군사력만 있으면 세계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가치를 기반에 둔 문화가 있고 정치적인 자유를 누리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갖추는 국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는 4월 총선 이후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치선진화를 통해 국민행복, 국가안정과 발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며 강 교수는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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