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절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은 차례상에 올릴 과일들이 풍성하다. 설 명절은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고 일가친척과 이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는 세시풍속(歲時風俗) 중에 하나다.

차례상 과일은 ‘조율이시’(棗栗梨柹) 즉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올린다. 선조들은 과일하나에도 그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대추는 과일 중에 으뜸으로 왕(대통령), 밤은 밤알이 세 개라 삼부요인(총리 등), 배는 씨가 6개라 정승(政丞), 각 부 장관, 감은 씨가 8개라 8도 지사를 뜻해 후손 중에 조상의 은덕을 입어 이런 고위 관직(官職)에 오르기를 비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한편, 과일 놓는 순서는 첫 번째가 대추다. 대추는 한 나무에 수 많은 열매를 맺기 때문에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두 번째로 밤은 땅속에 씨밤인 채로 달렸다가 열매가 열려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고 있다.

세 번째로 배는 껍질이 황색으로,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이며 흙의 성분으로 우리 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 속살이 흰 것은 백의민족의 순수함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감은 다른 과일과 달리 씨를 심으면 고욤나무가 된다. 3~4년 된 고욤나무에 감나무 가지를 잘라 접을 붙여 그것이 자라 감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처럼 사람도 고통과 인내의 교육과정을 통해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제례법이 생겨날 당시 과일은 대추, 밤, 배, 감이었지만 지금은 사과, 감귤, 포도, 수박을 비롯한 수입과일도 지천이다. 차례상에 과일이나 음식을 풍성하게 많이 차리는 것보다 올리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정성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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