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 크메르 제국이 세운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앙코르와트의 화려한 문명 뒤에는 킬링필드라는 캄보디아의 아픈 역사의 현장이 있다.

앙코르와트 유적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 킬링필드의 현장 ‘와트마이(Wat Thmei)’ 사원을 찾았다. 킬링필드란 크메르 루주 집권당시 대량학살과 집단매장지를 말한다. 1975년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철수하자 캄보디아는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주가 당시 부패한 ‘론롤’ 정권을 몰아내고 수도 프놈펜을 점령하게 된다. 폴 포트는 농민천국을 만들겠다며 도시민을 강제로 농촌에 이주시키고 화폐와 사유재산, 종교도 폐지했다.

아울러 공산혁명에 장애가 되는 지식인을 무차별 학살했다. 안경을 쓴 사람, 얼굴이 하얀 사람도 지식인, 부자로 몰아 학살의 대상으로 삼았다. 1975~1979년 4년간 기아와 학살로 사망한 사람이 최대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2만 여 곳의 집단매장지 중 하나가 바로 와트마이 사원이다. 잔혹한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죄 없이 죽어간 유령들을 추모하는 탑이 세워져 있었다. 킬링필드는 20세기형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다. 내란이 끝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킬링필드의 아픈 상처를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6.25 전쟁당시 한국에 쌀을 지원했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캄보디아가 왜 아직까지 가장 가난한 나라로 살아가고 있을까? 한 정치지도자의 잘못된 순간의 선택이 국가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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