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완주 ‘청운플라워’ 이강훈 대표

▲ 백합의 특성이 꼭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이강훈 대표

원예학과만 두 곳 진학…부친 화훼농사 뒤이어
하우스 5천여 평에 백합·튤립 등 10여 종 재배

‘꽃을 든 남자’가 내게로 왔다. 그와 내딛는 발걸음마다 꽃향기가 따랐다. 온통 꽃밭인 그곳은 굳이 꽃이라 불러주지 않아도 모두가 꽃이었다. 꽃으로 얘기하고 꽃처럼 웃었다. 그렇게 꽃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전북 완주군산업단지와 만경강을 사이로 지평선처럼 들녘이 펼쳐진 곳에 올해 서른 살의 청년농부 이강훈 대표(30·완주군 봉동읍 서정길 83)가 운영하는 ‘청운플라워’ 농원이 자리하고 있다.
“꽃과 함께 살아서 일까요. 아직 결혼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네요. 아침 6시면 꽃 따러 농원에 나가지요. 꽃다발을 묶고 차에 싣고, 그렇게 오후 6시쯤 되면 꽃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매년을 하루같이 반복하며 지내고 있지요.”

청운플라워 농원은 하우스 면적이 1만6528㎡(5000평)에 이른다. 이중 1만3619㎡(4127평)이 자동화시스템을 갖췄다. 재배하는 꽃만 백합, 튤립, 프리지아, 라논, 큘러스, 아네모네, 리아트리스, 글라디올라스, 칼라, 히아신스 등 10여 가지가 넘는다.
“부모님 때부터 원예농사를 했는데, 조금씩 면적을 늘리고 시설을 개선보완하고 또 제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지금에 모습을 갖췄지요.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첨단 ICT 융복합 스마트팜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대표는 완주 봉동이 고향이다. 초중고등학교도 이곳에서 졸업하고, 아버지의 원예농을 이어받기 위해 전북대학교 원예학과에 입학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대학 2학년을 끝으로, 한국농수산대학 원예학과에 다시 입학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를 도와 농사꾼이 된지도 벌써 4년째를 맞았다.
“대학 전공이 실제에서 하는 농사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저는 직접적인 현장의 영농에 접목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대부분 동료들은 원예농사보다는 다른 곳에 관심이 더 많았지요. 그래서 자퇴를 하고, 다시 한국농수산대학 원예학과를 입학했습니다. 그곳에서 꽃을 제대로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단지 재배 등의 직접적인 기술뿐만이 아니라 트렌드나 마케팅 등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지요.”

 플라워카페·꽃 택배 등으로 소비자에 더 다가갈 터
 꽃만 보며 산 30살 청년 농부, “이제 결혼도 하고 싶어요”

이 대표의 청운플라워 주력 품종은 백합이다. 약 40%(10만여 본)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대표의 또 다른 계획은 주력 품종의 다양화이기도 하다.
“백합이나 칼라는 1구근을 심어서 1개 꽃만 생산합니다. 또 가격 변동이 심해 수익구조도 튼튼하다고 볼 수 없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1개 구근으로 다수확이 가능한 프리지아 등으로 주력 품종을 바꿔나갈 작정입니다. 그리고 졸업 등 특정 시즌에 몰리는 꽃 출하가 아니어도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저온저장고 재배법 등 다양한 꽃 생산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 플라워농장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는 이 대표.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정한 가격을 받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판로를 아무리 개척해도 수익구조가 맞지 않으면 영농을 유지하기 어렵거든요. 각종 경축일과 행사 시즌 등을 겨냥해 최상 품질의 화훼상품을 출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맞춰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연구하고 고민해도 끝이 없는 것이 화훼농사인 것 같아요.”
이 대표는 특히 요즘 트렌드에 맞는 6차 산업에 관심이 높다. 치유농업, 원예치료, 도시농업 등의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택배로 꽃을 배송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소비자와 직거래로 꽃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면 상당히 큰 효과를 얻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소비자가 직접 꽃을 따고 꽃꽂이를 할 수 있는 플라워카페를 운영할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 많은 일들을 추진하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농업기술센터 등의 꾸준한 기술자문 등은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주변 동료와 단체 등과의 밀접한 정보교류가 보이지 않는 활력과 원동력도 제공한다고 봅니다.”
“농사는 어찌 보면 시설 싸움일 수도 있지요. 시설의 첨단화나 규모에 따라 품질 및 생산량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재배작목에 대한 농사꾼의 관심입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주인의 관심이 없으면 작물은 잘 자라지 않아요. 농민의 마음가짐이 그래서 중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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