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환경 탓만 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다.
얼마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느냐가 중요하다.
농업인 스스로 한계를
넘는 수밖에 없다.

어려운 농업․농촌 상황이라도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다면
못 헤쳐 나갈 것이 없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얇아지는 탁상 달력이 올해가 저물고 있음을 알린다. 벌써 2019년을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농업인들에게 어느 한 해 어려운 시기가 없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했다. 잇따른 재해와 맞닥쳐 어려움을 겪었다. 과수화상병, 연이은 태풍으로 과수농가, 벼농사, 시설농업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양파·마늘 가격폭락으로 갈아 엎는 농가도 속출했다. 축산농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해 농업보호막이 사라질까 농업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우리 농업·농촌은 내우외환일 정도로 농업인들의 아픔이 쌓인 한 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 실패 없이 빠르고 편하게 살아온 농업인들은 어떠한 거친 길도 갈 수 없다. 역경을 극복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한 해 농사가 좋은 결과가 나왔든 나쁜 결과가 나왔든 농업인 앞에 놓인 시련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때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농업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좋은 결실이 찾아올 수 있다. ‘신은 어딘가 하늘 아래 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해 놓았다’라고 호러스 부쉬엘이 말했다. 성공과 실패라는 것은 다른 뭔가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배를 타기 위해선 부두로 가야 되듯이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를 겪어야 한다.

한 해 다짐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반추하면서 되돌아봐야 한다. 우선 ‘하고 싶은 일’들보다 ‘해야 할 일’들을 잘 처리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항상 발전하고 매일 매일 새로운 농업인으로 살아왔는지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초에 무엇을 심을까. 작목을 선택하면서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 아니면 “그래 안 하길 잘했어”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막연히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면 그건 단지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작은 것이라도 행동이 따라줘야 꿈이 실현된다.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다. 농업인들이 저마다 꿈을 품지 않으면 시들은 꽃과 같다. 올 한해 농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만족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여전히 농업환경은 나쁘다. 그렇다고 주위의 환경 탓만 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다. 얼마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느냐가 중요하다. 농업인 스스로 한계를 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한 농업인들은 항상 노력했다. 그렇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도래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농법을 배워야 한다. 기피하면 뒤쳐진다. 이 복잡한 세상에 단순한 농업첨단기술 습득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 속에 담겨진 원리와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어려운 농업·농촌 상황이라도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다면 세상에 못 헤쳐 나갈 것이 없다. 모든 일은 농업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다.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44.7%다. 고령농이 늘고 있는 가운데 그간 농업생산성은 높아졌지만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농업인의 주거환경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식량주권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영농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스스로 깨닫고 고치게 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한해 농사의 결점을 스스로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 잘못 된 점을 그저 덮어버려서는 안 된다. 농사도 실력이 있어야 자부심이 생긴다. 농업인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 농업인은 제대로 대우 받을 자격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희망을 품고 한 해를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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