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대대로 힘 없는 부처였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힘 있는 여당 의원이란 이유로 농업계는 김영록, 이개호 두 장관에게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임기 1년 내외의 두 장관은 농업계 목소리 대변은 고사하고 청와대나 다른 부처의견에 묻어가는 줏대 없는 모습만 기억될 뿐이다.

김영록 장관 땐 국민권익위원회 주도의 김영란법으로 한우와 화훼산업은 직격탁을 맞았다. 이개호 장관 땐 수질을 포함해 환경개선을 이유로 환경부 주도의 무허가축사 적법화 역시 농식품부는 줄곧 뒤치다꺼리만 하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농식품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 출신 김현수 장관은 오히려 두 장관과 혹시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두 장관들과 마찬가지로 줏대 없는 모습은 판박이였다. 10월25일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청와대와 기재부가 기존 지위는 특혜로 더 이상 유지할 근거가 없다는 것에 김 장관은 의견을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굴복시키기 위한 카드에 우리가 알아서 엎드려 절한 꼴이 돼버린 이번 조치에 농정부처 수장으로서 청와대든 기재부든 맞서 싸울 순 없었을까. 김 장관의 공식발언들을 보면 협의과정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냈을지도 의문스럽다. 농업인 편에서 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줏대 있는 장관이 오길 바라는 기약 없는 희망고문이 언제쯤이나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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