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책 <총 균 쇠>에서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 준 가장 사악한 선물’이라는 대목이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무기와 기술보다 강력한 세균으로 인한 전염병이 더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인류가 수렵생활에서 농경사회로 바뀌면서 동물에서 온 전염병이 생겨났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염병인 천연두, 인플루엔자, 페스트, 홍역, 결핵, 콜레라 등 많은 질병들은 대부분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해 사람에게로 감염된 것이다.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할 당시 잉카제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백 명의 스페인 병사에게 정복당한 것도 세균이 가져다 준 사악한 선물이었다. 유럽인들은 야생의 소나 돼지 등을 가축화하면서 발생한 전염병에 면역력이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면역력이 전혀 없어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았다.

최근 양돈농가에 불어 닥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그 좋은 예다. 이 질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는 않지만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100%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아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국내 대형병원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 있는 균의 57.5%는 개발된 항생제에도 잘 듣지 않는 슈퍼버그(Superbug)라고 한다. 당장 위험하지는 않지만 이런 슈퍼버그 폐렴균에 한번 감염되면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진화하는 바이러스와 현대의학이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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