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 중요한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종업원을 대신하는 무인주문시스템은 지금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무인시대의 단면이다. 이 광경이 익숙해진 것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이젠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도 능숙한 솜씨로 모니터를 터치해 주문하는 모습이 마냥 낯설진 않다. 고용주에게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분을 메꾸는데 이 시스템은 한 줄기 빛이었을 터.

헌데 무인시스템을 먼저 시도한 곳은 농촌이지 않을까 싶다. 고객의 양심을 믿고 판다는 복숭아 농장과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를 팔고 싶지만 일손이 없어 무인판매대를 만든 젖소농장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무인판매라는 신선한 발상이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든 농촌에서 인건비도 아끼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을 것이다. 속내가 어떻든 그 모습이 농촌다움의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정겹게 느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농촌에서 그 정겹던 무인판매 대신 온라인이나 홈쇼핑 거래가 많아지면서 점점 보기 어려워진 모습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일손도 덜고 소득도 높아졌으니 참 좋은 일이다. 허나 가슴 한켠엔 도시에서 접하는 크고 깔끔한 모니터보다 박스나 달력을 찢어 삐뚤빼뚤한 글씨의 그 농장들이 더 그리워지는 건 그만큼 세상이 사람냄새 대신 기계의 편리함만을 쫓으려는 세태가 씁쓸해진 탓이리라. 편리해진 세상이 결코 좋은 세상을 의미하는 건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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