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특집 - 송편 이야기

송편에 사랑과 정성 담아 조상에 감사를 ~
솔잎의 살균효과로 아직 더운 추석에도
안심하게 먹을 수 있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햇과일을 차례상에 차려놓고 조상님에게 한해의 수확을 감사드리는 차례를 지내고, 차례음식으로 음복하며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날이다.
더 없이 풍요로운 추석에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송편’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송편에 대해 알아봤다.

추석의 대표적인 절식으로는 송편을 빼놓을 수 없다. 송편 속에는 콩, 팥, 밤, 대추, 깨 등을 넣는데, 모두 햇것으로 한다. 특히 햅쌀로 빚은 송편은 ‘오려송편’이라 해 추석 차례상에 밥 대신 올린다.
추석 전날 밤 밝은 달을 보면서 온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빚는데,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며, 잘못 만들면 못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 처녀, 총각들은 송편을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 임신한 여자가 태중의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할 때에는 송편 속에 바늘이나 솔잎을 가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바늘의 귀 쪽이나 솔잎의 붙은 곳을 깨물면 딸을 낳고 바늘의 뾰족한 곳이나 솔잎의 끝 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점치기도 했다.

찐 떡의 일종인 송편은 다른 찐 떡과는 달리 솔잎과 함께 쪄 내므로 송편에 솔잎의 향이 자욱하게 배어들어 송병(松餠)이라고도 불렸다. 뿐만 아니라, 솔잎과 함께 찐 송편은 솔잎의 살균효과로 아직은 더운 음력 8월에 오랫동안 부패하지 않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떡이었다.

▲ 꽃송편

송편은 지역별로도 그 종류와 모양이 다양하다. 일반적인 지역송편은 해당 지역의 대표 식재료를 사용해 만들었으며, 정성껏 만들어 조상에게 올리며 감사의 차례를 드렸다. 송편은 지역에 따라 재료와 모양에 차이가 있는데, 대개 북쪽 지방에서는 크게 만들고 남쪽지방에서는 작고 예쁘게 빚었다. 다음은 지역별 송편의 특징이다.

■ 서울·경기
서울식 송편은 모시조개 모양으로 조그맣고 동글동글하게 빚은 것으로, 모든 음식에 멋을 내는 서울지방만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경기도 떡의 특색은 일반적으로 맛이 구수하고 양이 많은 편이나 개성 떡만은 사치스러운 편이다.

▲ 감자송편

■ 강원도
강원도 지역에서는 도토리, 감자 등이 많이 재배돼 멥쌀이나 찹쌀로 만든 떡보다는 감자를 중심으로 한 밭작물과 산채를 이용해 만든 떡이 발달됐다. 일반적으로 이 지방의 떡은 감자, 칡, 옥수수, 메밀 등 잡곡과 산채를 주로 하는 만큼 맛이 극히 소박하고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감자송편은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강원도 지방의 토속음식이다. 감자송편은 감자떡과 마찬가지로 감자를 갈아서 만든 앙금과 건지를 섞어서 되직하게 반죽한 뒤 콩으로 소를 넣어 송편으로 빚어 쪄내거나, 감자녹말을 익반죽해 팥이나 강낭콩으로 소를 넣고 송편처럼 빚어 찐다. 강릉에서는 이 떡을 빚을 때 손자국을 내어 소박한 멋을 내기도 하며, 북쪽에서는 언 감자를 녹여 만들기도 한다.

감자송편의 재료로는 감자가루, 양대(동부콩), 설탕 등이 쓰이는데, 1969년의 「현대 여성백과사전」에 “감자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 송편 만드는 식으로 만들되, 소로는 콩이나 강낭콩을 4~5개 정도 넣어 양쪽으로 손자국과 손가락 자국을 내며 빚어낸다”고 기록돼 있다.
재료로 쓰이는 감자녹말을 만들 때에는 껍질을 벗긴 후, 강판에 갈아서 건더기를 베보자기에 싸서 꼭 짜내고, 그 물을 가라앉혀 웃물을 따라내고 앙금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냉동고에 보관해 뒀다가 사용한다. 송편에 사용할 감자로는 수분이 적은 밭 감자가 좋다. 손가락 자국이 여러 개 나고 모양이 소박한 감자송편은 뜨거울 때 먹으면 맛이 매우 구수하고 쫄깃해 별미다.

▲ 호박송편

■ 충청도
충청북도는 산으로 막혀 농업이 성해 쌀, 보리, 고구마와 같은 곡식과 무, 배추, 호박 같은 채소가 많이 생산되며, 질 좋은 버섯도 많이 난다. 반면, 충청남도는 서해를 접하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다. 곡식의 생산이 많기 때문에 죽, 국수, 수제비, 범벅 같은 음식들을 호박과 즐겨 먹었다. 늙은 호박을 음식에 가미해 호박죽, 호박범벅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떡에 넣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충청도 음식은 사치스럽지 않고 양념도 많이 쓰지 않는다. 경상도 음식처럼 매운 맛도 없고, 전라도 음식처럼 감칠맛도 없으며, 서울 음식처럼 눈으로 보는 재미도 없으나 담백하고 구수하며 소박하다.
호박송편은 가을에 나는 호박을 썰어 말렸다가 가루로 만들어 멥쌀가루와 섞어 익반죽한 뒤, 삶은 밤이나 볶은 통깨로 소를 만들고 송편을 빚어 솔잎을 얹어 시루에 찐 떡이다.

▲ 모시잎 송편

■ 전라도
남도식 송편은 초승달처럼 갸름하게 빚는다. 전라도 고흥지방에서는 푸른 모시 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정갈하게 빚어서 차례상에 올리는데 푸른 모시 잎 송편은 맛이 쌉쌀해 별미이기도 하고 빛깔이 푸르고 청정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전라도는 자연적 특성에 의해 먹을거리가 풍부한데다가 부유한 토반들이 대대로 살면서 맛깔스런 음식을 전하고 있어 음식이 사치스럽고 가짓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떡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 최고의 곡물 산지답게 감을 이용한 사치스러운 떡에서부터 약초로 만든 떡에 이르기까지 풍부하고 윤택하게 발달돼 전해진다. 모시 잎 송편은 멥쌀가루에 삶은 모시 잎을 섞어 반죽한 다음 밤, 콩, 대추 등을 꿀에 재어 만든 소를 넣고 송편으로 빚는다. 모시 잎을 삶을 때는 잿물을 조금 넣어주고, 찐 송편은 참기름을 발라 감잎에 싸서 내놓는다.

■ 경상도
경상도는 풍부한 수산물과 농산물을 이용한 떡과 산간 지대에서 나는 칡, 모시풀, 청미래 덩굴 잎 등을 이용한 떡이 널리 발달돼 있다. 칡송편은 멥쌀가루에 칡가루를 섞어 익반죽해 강낭콩과 팥으로 만든 소를 넣고 빚어서 찐 떡이다. 칡송편은 칡의 단맛과 쓴맛, 독특한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산간지방의 토속성이 깃든 떡이다.

녹말을 고를 때는 색이 희고 가루가 잘 부서지는 것이 좋다. 칡녹말을 만드는 방법은 먼저 껍질을 벗긴 칡뿌리를 방아나 절구로 찧은 다음 이것을 베로 만든 자루에 넣고 물을 부어 주물러서 체에 두 번 받친다. 이 과정을 3~4번 반복해 앙금이 가라앉으면 윗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물 붓기를 여러 번 반복한 다음 가라앉은 앙금을 햇볕에 널어 말린다. 약간 굳어진 앙금을 손으로 비벼가며 고운 가루로 만들어 완전히 말린 다음,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사용한다.
칡송편은 녹말을 이용한 방법 외에 칡을 건조시켜 만든 칡가루를 체에 내려 고운 가루를 이용해서도 만들 수 있는데, 녹말을 이용해 만든 송편과는 달리 진한 갈색을 띠며 향과 맛에서 더 구수하고 맛도 달다.

■ 제주도
제주도에서는 멥쌀가루로 만드는 다른 지방과는 달리 송편이 달처럼 둥글고 큰데 마치 비행접시 모양이다. 솔잎에 찌며 소는 보리콩, 녹두, 팥, 완두콩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쌀보다 잡곡이 더 흔하므로 평상시의 떡은 주로 잡곡이나 고구마, 감자, 조, 보리, 메밀 등 밭작물을 이용해 만든다. 그러나 명절 차례상이나 제상에는 멥쌀로 만든 떡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송편에는 다음해에도 곡식이 잘 익어 많은 농산물이 생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한때 우리의 전통 떡이 사람들에게서 외면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우리의 전통 떡이 새로운 트렌드로 멋과 맛을 모두 잡는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떡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젊은 층의 새로운 해석으로 떡과 한과를 개발하고 지역적으로 떡과 관련된 문화행사도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또한 건강한 디저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기농 재료나 기능성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떡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올 추석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옹기종기 둘러앉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송편을 나눠 먹으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도움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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