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조성액, 목표액의 19.2%에 불과

그나마도 공기업 출연이 대부분…기업은 뒷짐

지난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12개국, 세계 3개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정부가 스스로 ‘FTA 강국’이라고 자부하며 수출을 통한 우리 산업 발전에 공들이는 동안 농업분야는 고스란히 경제성장의 그늘 속에서 피해산업으로 전락했다. 올 상반기 FTA 체결국가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액은 152억2천만 달러로, FTA 체결국으로의 수출액 19억7천만 달러의 7.7배나 됐다. 결국 FTA로 인해 국내에서조차 우리 농산물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처럼 시장개방으로 위기에 놓인 우리 농어업인과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한·중FTA 국회비준 당시, 여·야·정 합의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만들어 2017년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당시 경제단체들도 기금조성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기금이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국내소비 활성화, 취약한 농어업부문 경쟁력 제고, 새로운 수출상품 육성이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들의 외면으로 기금조성 실적이 매우 저조한 게 현실이다. 실제 지난 3년간 조성된 기금은 2017년 309억 원, 2018년 231억 원, 2019년 35억 원으로 총 576억 원으로 목표대비 19.2%에 불과하다. 특히 조성된 기금의 대부분은 공기업이 출연했고, 민간기업이 3년간 출연한 금액은 12%인 68억 원 밖에 안 된다.

농어업 분야의 출혈을 담보로 일반 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한 FTA였기에 기업들의 상생기금 출연은 당연시됐다. 그러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고 했나. 정작 상생기금 출연을 약속했던 기업들은 미온적 태도로 기금 조성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던 5대 기업 임원들이 기금출연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역시 허언으로 그쳤다.

이처럼 기업들의 상생기금 출연이 저조하자 정부는 기금 출연과 농어업·농어촌 분야 지원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현금 외에 현물로도 출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있었던 15대 기업과 국회 간 간담회에서 현물 출연을 요청한 기업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상생기금에 현물 출연을 허용했다고 해서 기업들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간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기금 출연에 미온적이었던 기업들이 현물 출연에 반색하며 얼마나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 불분명하기 하기 때문에 그렇다. 마음만 있었다면 현금이든 현물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최근 일본의 무역규제로 인해 한일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우리 첨단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연 우리 농어업이 이 같은 위기에 처했을 경우에도 똑같은 반응일까 싶다.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은 먹거리산업의 발판으로 이뤄졌다. 정부도 기업도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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