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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수협직원이 밥도둑을 만들다■전통식품 국가대표를 만나다-전북 군산 내고향시푸드 김철호 대표
이희동 기자  |  lhd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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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3  09: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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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식품은 한류의 또 다른 중요한 콘텐츠다. 밥상을 채우는 음식에만 머물지 않고 경쟁력 있는 산업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하는 전통식품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통식품 국가대표들을 만나본다. 두 번째는 전북 군산 ‘내고향시푸드’의 김철호 대표다.

   
▲ 맛과 향을 좋게 하면서도 저장성을 높인 기술을 개발한 김철호 대표는 꽃게장의 가치를 높인 성공적인 기업가다.

짜고 비리고 저장성 약한 단점 극복한 레시피로 특허출원한 ‘꽃게박사’
지역에서만 소비되던 꽃게장, 이젠 국내 넘어 세계까지
줄어드는 꽃게 생산량 고민…생선 건조로 활로 찾는 중

꽃게박사 김철호 대표
예전 게장은 끓인 간장을 부어 만들었는데 짜고 게의 비린 맛도 강했다. 이후 양조간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나왔지만 염도가 낮고 저장성이 낮은 게 문제였다. 이렇듯 어려운 대량생산으로 안전한 꽃게장을 생산한 이가 바로 김철호 대표다. 문지방만 넘어도 다 소화된다는 게는 특히 키토산이 많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성장기 아이에게 좋고, 간과 심장을 강화하는 타우린도 함유돼 있다어 꽃게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것이다.

평범한 수협 직원이었던 김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건 1990년쯤이었다. 갈비 주메뉴인 식당을 열 당시만 해도 처음엔 꽃게장을 반찬으로 내놨는데 찾는 손님이 계속 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 그게 꽃게장 사업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꽃게장이 유명세를 얻을 줄 예상하고 있었다. 평생을 바다를 보고 자라며 쪄먹거나 탕, 무침용으로만 먹고 버려지는 게 많아 어떻게 하면 꽃게를 산업화할 수 있을까 고심 끝에 얻은 해결책이 바로 꽃게장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사업은 날개를 단 듯 성장이 계속됐다. 백화점 납품, 전라북도 향토음식 지정, 특허출원, 홈쇼핑 진출까지 모든 일이 생각하던 대로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당시 LG홈쇼핑에선 최우수협력업체 표창을 두 번이나 받기도 했다. 김 대표의 꽃게장이 독보적인 입지를 가질 수 있었던 건 특허출원이 결정적이었다.

   
▲ 꽃게장을 만들기 위해 세척과 그물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은 수작업으로 할 수밖에 없다.

“과거 냉장시설이 열악해 짜게 해야만 했고, 간장 위주로 만들다 보니 색도 까맣기만 했어요. 냉장고에 일주일만 보관해도 살은 녹고 껍질만 남기도 했죠. 살이 너무 약한 게장에 자연재료가 없으면 미생물에 노출돼 빨리 상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동의보감 속 자연의 한방재료들이었어요. 향미·향취를 위해 생강과 정향을, 방부효과를 위해 당귀, 항균을 위해 마늘을 넣었죠. 대추와 감초도 넣어 짠맛을 줄였고 색도 좋아졌어요.”

그 결과 맛과 향은 좋아지면서 저장이 한 달까지 늘어났고, 소스와 꽃게를 분리해 냉동 보관하면 180일 이상도 가능해졌다. 이 기술로 특허를 취득한 김 대표는 이후 ‘꽃게박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꽃게 고갈 심각…새로운 먹거리 준비
생게가 잡히는 일부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꽃게장이 이젠 국민 누구나 다 아는 밥도둑으로 상품화됐고,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고부가가치 전통가공식품의 대명사가 됐다. 그 혜택은 김 대표만 누린 게 아니라 꽃게장 관련기업과 음식점들이 생겨났고, 어민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졌다. 원래 없었던 길을 내고향시푸드가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사업이란 게 항상 꽃길만 걸을 순 없는 일. 김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에 체인점을 110개나 내줄 정도로 몸집을 키운 게 오히려 독이 됐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꽃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버렸다. 비싸더라도 좋은 꽃게를 확보하려 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일부 어민들이 금어기 때까지 꽃게를 잡는 바람에 점점 씨가 말라가면서 문제는 심각해졌고 대부분의 체인점들과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홈쇼핑 수수료도 큰 부담이었다.

   
▲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꽃게장을 만들기 위한 대량의 꽃게를 확보해뒀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중 생선 건조가 떠올랐다.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조방식은 건강에 치명적인 미세먼지에 직접 노출된다. 양도 대부분 소량에 불과해 비용은 많이 드는데 상품성도 떨어진다. 과수농가에서 많이 쓰이는 열과 빛을 활용하는 근적외선 건조기에 생선들을 말려보자는 생각이 번뜩였다. 이 건조기는 살균과 탈취, 제습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우선 자연산 장어를 건조해 이번 추석에 판매해 보고, 효과가 좋으면 내년 설에 본격 판매에 나선다는 게 김 대표의 계획이다.

“꽃게의 고갈이 심각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했고, 앞으로 생선 건조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여러 어려움이 많지만 식품산업은 생명산업이라는 게 제 철학입니다. 인간의 혼이 담긴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1차산업이 잘 돼야 2차, 3차 산업이 부흥할 수 있어요. 물론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해선 안 되죠. 그래서 일부 과정만 빼놓고 공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고, 곧 성과를 볼 겁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꽃게장을 탄생시킨 김철호 대표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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