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  농촌 유휴공간 활용해 농촌 활성화 꾀한다

1920년대 일본인 지주가 지은 폐 양곡창고 활용
지역민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 폐 양곡창고를 활용해 지역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삼례문화예술촌

예로부터 탱자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있어 담장에 많이 심어졌다. 일제 강점기에 360만 평의 농장을 소유했던 일본인 지주는 농장의 수확을 저장하는 양곡창고를 앞에 탱자나무를 심었다. 소작료를 수확량의 75%나 내고 배고픔에 눈물을 삼켜야 했던 농민들의 분노와 도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삼례문화예술촌 초입엔 그때 심어졌던 탱자나무 두 그루가 여전히 남아있다.

만경강 상류에 있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은 토지가 비옥해 일제 강점기 양곡 수탈의 중심이었다. 삼례역 전 또한 군산항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삼례의 양곡창고는 수탈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채 방치됐던 창고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저장기술 발달로 기능 잃은 저장고

삼례 양곡창고는 비록 아픈 역사가 있는 장소지만 1920년대 당시 서양의 선진 문물을 도입해 지어 만듦새가 좋다. 교각을 만들 때 쓰이는 트러스공법을 도입해 지붕의 하중을 벽면으로 분산시켜 기둥 없이 지었다. 또한 습기로 인해 곡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벽면에 삼나무를 대는 등 환기 통풍시설이 잘돼있다. 이후 삼례농협이 창고로 계속 활용한 이유다. 그러나 저장기술의 발달과 환경의 변화로 창고는 점점 쓰임새를 잃으면서 폐공간으로 전락했다.

그즈음 완주군에서는 지역민 문화복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완주군 관광지원센터장 임채군씨는 “로컬푸드로 지역경제는 활성화됐지만 지역민들의 문화향유시설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 새 건물을 짓기보다 있는 시설을 활용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방향을 모색했다”고 예술촌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완주군은 2010년 33,000㎡(1만 평)의 부지를 16억에 매입, 24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 한 후 2013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개관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양곡창고 6개 동은 등록문화재 580호로 지정됐으며 리모델링을 한 2013년에는 국토교통부의 공공건축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다양한 문화행사로 유명세

삼례문화예술촌 내에는 모모미술관, 소극장 시어터 애니, 김상림 목공소, 디지털 아트관, 책공방 북아트센터, 카페 뜨레 등의 문화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예술촌에 들어서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창고는 모모미술관이다. 이모저모를 줄여 모모라는 이름이 붙여진 미술관은 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전시가 기획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예술가뿐 아니라 여성 작가, 세계적인 작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 가며 전시가 기획된다. 현재는 ‘노동 정신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전시 중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판화 거장 에셔전을 기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가희 삼례문화예술촌 대표는“선진적인 지역 예술문화를 조성하고 싶어 에셔전을 기획했다”며 “지방의 문화인프라 부족 현상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촌 초입 바로 왼쪽은 소극장 시어터애니다. 클래식, 재즈, 판소리,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매 주말 2~4시에 이뤄지고 평일에는 영화가 상영된다.

시어터애니와 목공소, 예술촌 사이 곳곳엔 맹꽁이, 달팽이, 도마뱀과 같은 조형물이나 의자가 있다. 타일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은 논이었던 옛날 예술촌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김상림 목공소는 조선 목수들의 목가구를 재현한다. 목수학교, 체험프로그램 등을 통해 목수로서 자신만의 특성을 살릴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디지털아트관은 예술작품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체험형 공간이다. VR이나 인터렉티브영상 등 즐길 거리가 많다.

책공방북아트센터는 책을 만드는 기자재와 도구를 전시한다. 나만의 책 만들기 같은 체험이나 출판문화 활성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지역민 참여프로그램으로 호응 커

농가의 폐창고가 예술촌으로 변신하면서 삼례 주민의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뭉치’는 지역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역주민들의 취미, 여가활동, 강습을 통한 교육프로그램이 이뤄지는 곳이다. 예술촌에 방문한 한 주민은“무료공연을 보러 종종 오는데 올 때마다 문화생활의 중요성을 느끼고 간다”라고 말했다.

심가영 삼례문화예술촌 공동대표는 “눈으로 보이는 지표는 없지만 지역민들의 놀이 공간으로써 무형의 문화가치가 전파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민들과 교류를 위해 공연에 초대하고 주민들의 읍내행사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완주군교육지원청과 협약을 맺어 예술촌을 찾는 학생 수 또한 증가했다. 호남평야의 쌀 수탈 역사를 간직한 증거물을 보며 역사현장을 체험하는 동시에 예술적 소양을 쌓을 수 있어 교육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적은 수익 한계…활로 모색

그러나 한계도 있다. 현재 카페운영과 입장료로 수익을 내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예술촌 자체의 수익이 크지 않으며 완주군으로부터 1년에 6억 원가량의 군 지원금을 받아 운영한다. 또한 예술촌 주변에 청년예술가의 창조 활동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지만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아직 예술촌 자체의 수익이 크지 않다 보니 예술가들의 입주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8년 6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고 2019년 8월 현재까지 4만 명이 다녀가는 추세로 보아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심가희 대표는 “전시, 공연 콘텐츠의 질을 높여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적절히 분배하여 방문객 수와 퀄리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앞으로 예술촌 활성화에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막혀있는 우석대학교와의 통로를 잇는 계획이 있다”며 대학가와 연결되면 젊은 예술가들의 활발한 창작활동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예술 공간을 꿈꾼다. 자연스레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는 환경으로 미래에 우리 지역에서 다수의 예술가가 배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례문화예술촌은 15일 광복 74년을 맞아 태극기 그리기, 해금연주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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