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99)

비거니즘(Veganism, 혹은 베저니즘)은 극단적인 채식주의를 말한다.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로 동물성 제품 섭취와 사용, 서비스를 거부한다. 육류와 생선, 우유, 동물의 알, 꿀 등 동물로부터 얻은 식품은 일체 먹지 않는다. 가죽제품, 양모, 밍크·오리털 등 동물성 제품의 사용도 피하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 채식주의다. 이 지구상에는 이같은 채식주의자들이 약 2억명 쯤 된다.

이들을 ‘비건(Vegan)’이라 지칭하는데, 유럽의 청년층, 특히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1944년 ‘비건 소사이어티’라는 단체가 제정한 ‘세계 비건의 날’(매년 11월1일)도 있다.
이 비거니즘의 논리적 바탕이 되는 것은 동물권(animal rights), 즉 동물의 생명권이다. 이는 단순한 동물보호의 차원을 넘어선다. 하등한 동물이지만 고통이나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다. 돈의 가치, 음식, 옷의 재료, 실험도구, 오락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되며, 인격권을 가진 인간처럼 하나의 개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20세기 들어 세계적인 동물권 운동으로 꼽는 것이 ‘갈색개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03년 스웨덴의 여성주의 활동가들이 갈색테리어 혼종인 개를 해부해 생체실험을 하고 있던 영국의 런던대 의과대학 실험강의실에 난입한 사건이다. 이후 개의 생체실험 반대론자들이 갈색개 동상을 세우면서 의대생들·경찰과의 충돌이 일어나고, 이 사건은 1903~1910년 영국 전역을 동물의 생체실험 찬반 논쟁으로 갈라놓는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됐다.

이때 “인간의 동물 사용은 필요악”이라는 반대주장도 만만치 않게 들끓어 올랐다.… “생명의 무차별성에 대한 권리주장의 대상을 왜 동물로만 한정시켜야 하는가, 이는 지구 생태계의 법칙인 먹이 사슬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지난 6월18일, 우리나라에서 온라인(트위터)상에 서울 신촌의 한 무한리필 고기뷔페식당에 기습적으로 무단 난입해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방해시위’를 하는 한 젊은 여성의 영상이 올라와 세간의 뜨거운 화제가 됐었다. 동물권 행동 단체인 ‘디엑스이-서울(DxE-Seoul)’ 소속 여성활동가로 밝혀진 이 여성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 고기를 먹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이고 폭력이다!”라고 목청을 있는 힘껏 높였다. 이날, 다른 고깃집과 초밥집에서도 이 ‘방해시위’는 이어졌다.

7월엔 초복(7월12일)·중복(7월22일) 복날 절기가 들어 있다. 저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한 비하섞인 조롱의 말도 아랑곳 없이 필시 수많은 견공들이 수난을 당할게 불보듯 뻔하다. 아직은 채식주의 문화가 낯설면서도 반려동물 사육인구 1천만 명인 나라의 서글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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