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98)

지난 5월 프랑스 남동부의 휴양도시 칸(Cannes)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사회 두 가정의 빈부격차 모습을 블랙코미디(Black Comedy)형식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지난 5월 말부터 국내 개봉돼 벌써 누적관객수 90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베네치아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로 1955년부터 매년 5월 칸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의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이란 이름은, 칸시의 상징으로 이 지역에 자생하는 종려나무(Palm tree)의 일종인 대추야자(Date palm)에서 유래했다.
이 대추야자는 고대부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사막지대 원주민들을 먹여살렸던 ‘생명의 나무’요, 대추처럼 생긴 검붉은 색의 열매는 곧 ‘꿀’이었다.

서아시아·북아프리카·이집트가 원산지다. 키는 20~25m로 3~5cm 크기의 열매가 줄기 끝과 부채모양의 잎자루 사이에 야자처럼 열린다. 열매수확 가능수명은 보통 60~80년. 특히 나뭇가지ᆞ잎의 모양이 곧고 수려하며 아름답게 뻗어 고대로부터 ‘영광·아름다움·기쁨·승리(‘V’자를 닮은 모양)’를 상징해 ‘귀인들’을 의미하기도 하고, 특히 전쟁터에서 개선하는 전쟁영웅들을 환영하는 행사에 많이 쓰였다.

<성경>에 나오는 종려나무도 바로 이 대추야자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위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들이 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를 ‘다윗의 아들’(‘메시아’의 다른 명칭)로 환영했다고 복음서는 전한다. 이에 따라 기독교에서는 부활절 한 주 전 일요일을 ‘종려주일’이라 정하고,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이 날 신도들은 오락을 금하고 금식을 하기도 한다.

칸영화제가 처음 시작된 1955년부터 칸시의 상징인 종려나무 잎을 심벌로 채택했으며, 1975년 제28회 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이 확정됐다. 그전, 영화제의 로고(엠블럼)는 당시 영화감독이자 유명한 시인으로, ‘내 귀는 소라껍데기, 바닷소리를 그리워 한다’는 <귀>란 시를 썼던 장 콕토(Jean Cocteau,1889-1963)가 칸시의 문장에 새겨진 종려나무 잎을 본떠 디자인 했다.

지금 수여되고 있는 트로피는, 1998년 스위스 명품 보석·시계 브랜드인 ‘쇼파드(Chopard)’의 공동대표인 캐롤라인 슈펠레가 디자인 한 것이다. 각이 진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 형태로 가공한 천연 크리스털(수정) 받침에 18케이(K)금 118g(약 31.5돈)으로 만든 19개의 잎이 달린 종려나무 줄기를 비스듬히 붙여 놓은 모양으로, 이를 푸른 모로코 가죽으로 제작한 상자에 담아 완성한다.

이 까다로운 모든 공정을 5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모두 수작업으로 마무리 해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니… 영화제 최고상 트로피란 ‘문화의 옷’을 입고 최고의 품격으로 거듭난 종려나무가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다시금 새삼스러워지는 안따까움… ‘우리는 왜 이런게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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