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명의로 통장 개설 후 실제 입금자의 예금 인출은?

가족 명의로 통장의 실제  사용권은 누구에게?

(농협중앙회 문경웅 변호사)

<문> A 할머니는 시골에서 수십년 동안 홀로 힘들게 일을 해서 매월 모은 돈을 50세인 아들 B명의로 된 농협 계좌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 B가 농협에 자기 명의의 예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그 돈을 자기가 인출하려고 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A 할머니는 즉시 농협으로 가서 그 돈은 자신의 것이니 아들이 찾아갈 수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A 할머니는 농협의 오랜 고객이어서 농협의 대다수 임직원들은 해당 계좌의 돈이 할머니가 모은 돈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예금이 A 할머니가 모은 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농협 직원은 A 할머니의 요구에 따라야 하나요?

<답>‘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에 따라서 모든 금융거래는 명의자 본인의 실명으로만 거래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부부나 자식 간의 가족 관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 명의의 금융거래와 관련, 굉장히 엄격하게 금융실명법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금융실명법에 따른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계약을 부정하고 실제 돈을 모아 입금한 출연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 합의가 금융기관과 출연자 간에 인정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예금명의자가 예금계약의 당사자라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예금명의자 이외의 사람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심지어 금융기관이 출연자가 누구인지 알았고, 출연자와 명의자간의 내부관계가 어떠한지 인식하고 있더라도 그러한 문제와 관계없이 금융기관은 명의자를 예금주로 처리함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다2504 판결 참조) 금융실명법 적용에 있어서 매우 엄격하고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실제 본인이 입금해 조성한 예금이라고 하더라도 명의자가 본인이 아닌 이상 예금반환청구권은 인정되기 어렵고, 금융기관은 예금계약 당사자인 명의자를 상대로만 금융거래를 할 수 있기에 명의자만이 해당 예금을 찾을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가족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예금하는 행위가 강제집행 면탈 또는 그 밖의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농협직원이 해당 예금이 A 할머니가 모은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A 할머니의 요구에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은 법률상 보호를 받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위법행위가 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매우 신중히 생각하여야 할 문제입니다. 그것이 가족 명의로 된 계좌라고 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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