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91)

꼭 10년 전, 필자는 <농촌여성신문> 2009년 3월9일자 2면의 ‘세상만사’ 칼럼으로 ‘이미자와 동백아가씨’란 제목의 글을 쓰면서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이미자가 ‘노래인생 50주년 기념공연’을 그해 4월 초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갖는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세종문화회관 대관에 얽힌 에피소드 한 토막을 소개했다.

‘1989년 10월, 이미자 노래 30년 기념공연을 놓고 트로트 가수에게 세종문화회관 대관을 허가 하느냐 마느냐 하며 시비가 일어 당시 세종문화회관 자문위원이자 원로음악인인 음악평론가 박용구, 가곡작곡가 김성태 등이 항의 표시로 사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대관 허가가 나 성황리에 공연을 하게 됐고, 이 자리에는 여야4당의 거물들인 김영삼·김대중·김종필·박준규씨 등이 참석해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인기를 실감케 해주었다…’

그렇게 30주년, 50주년… 그리고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가수로서는 적잖은 일흔여덟 나이에 <노래 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이라는 60주년 기념앨범 타이틀과 같은 타이틀을 내걸고 5월8일부터 사흘간 또다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서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를 부른다. 흘러간 옛노래 ‘황성옛터’(이애리수), ‘목포의 눈물’(이난영), ‘사의 찬미’(윤심덕), ‘찔레꽃’(백난아), 그리고 추억의 패티킴·최희준·현미의 노래도 부른다.

서울에서 태어나 여고(문성여고) 졸업 직후인 1958년, 한국 최초의 민영방송인 에이치·엘·케이·제트(HLKZ)의 예능프로 <예능 로터리>에서 1등을 하면서 당시 작곡가 나화랑의 눈에 띄어 이듬해인 1959년 앳된 열아홉 나이에 부른 첫노래 ‘열아홉 순정’이 올해 환갑을 맞았다.
‘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수줍은 열아홉살 움트는 첫사랑을 몰라주세요’

그가 60년 동안 굴곡많은 우리사회의 격랑 속에서 한결같이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가요계의 별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는, “튀지 말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항상 그 노래를 녹음 했을 때를 떠올리며 무대에 서서는 ‘오버하지 말자’를 되뇌며 원곡 그대로 부른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온 세월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한참 히트를 하던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등의 노래들이 왜색(일본풍)이 짙다, 너무 비탄조다 라는 등의 이유로 금지곡으로 묶였을 때가 “내 노래인생 중에서 가장 힘들었다. 흡사 목숨을 끊어놓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교 없이, 군더더기 없이’ 원칙을 고수하며 한결같은 정직함으로 한의 정서를 노래하며 당대의 아픔을 위로해 온 그는, 지난 60년간 ‘세월을 노래로 녹인’ 음반 560장에 2069곡의 노래를 발표해 기네스 북에도 오른 ‘천생가수’다. 팔순이 코앞인데도 그는 ‘영원한 동백아가씨’다.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이번 무대에서는 노래인생 60년의 마음을 담은 새노래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도 풀어놓는다. ‘역사의 뒤안길에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 내 노래 내 사랑 내 젊음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 나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여기 있으니 행복해요.’
그런 이미자같은 가수가 우리 곁에 있어 우리는 또 그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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