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분산과 선거과열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개정 요구 봇물

▲ 지난 22일 국회에서는 농해수위 산하 농협발전소위 주최로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와 연임을 허용하는 것과 관련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선거과열 막고 사업연속성 위해 농협법 개정 필요성 제기
연임제는 법적 안정성 저해…단임제 유지 의견도 '팽팽'
농식품부 “단임제 큰 문제없이 시행” 반대 입장 밝혀

농협중앙회장 선거 간선제는 2009년 농협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그리고 현 김병원 회장부터 단임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선거과열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중앙회장의 권한은 거의 줄지 않았고, 간선제가 오히려 줄세우기, 금품 살포, 회원 통제 등으로 오히려 과열된 측면이 컸다. 게다가 대의원이 아닌 조합은 중앙회로부터 홀대를 받고, 회원이면서도 자신의 대표도 선출하지 못한다는 박탈감으로 현장의 목소리는 농협법 개정의 요구가 크다.

이에 지난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하 농협발전소위(위원장 이만희) 주최로 농협법 개정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농업계는 개정 목소리 많아
농협대학교 이선신 부총장은 단체활동의 자치적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앙회장의 간선제 변경은 민주성과 자율성의 후퇴라며 직선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 부총장은 “수협과 산림조합은 중앙회장을 직선제로 운영하고 있고,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1회 연임을 허용하는 등 농협도 직선제와 연임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존에도 중앙회장을 1100여 명의 조합장들이 모여 직선제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고, 사업수행의 연속성 확보와 책임경영제를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합장과 조합원 대부분도 직선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도 이 부총장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1100여 개 조합 중 290여 개 조합만 선거권을 가져 현장의 불만이 많다”며 “농협의 신경분리 이후 결속력을 강화하고, 돈장사가 아닌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회장의 대표성 강화는 필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연임을 허용해 조합원의 중간평가를 받도록 해 단기적 성과에 치우지지 않는 농협을 경영토록 해야 한다면서 일본 농협도 우리 농협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진화돼 있는데 오히려 일본 농협을 따라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회장은 “신경분리 당시 정부는 농협중앙회에 6조 원의 자금을 무상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농협법 개정을 정부 입맛대로 바꿨지만, 이후 현물 포함 5조 원을 빌려준다는 조건으로 말을 바꾼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입 4년도 안 돼서 다시 돌아가자고?
반면 GS&J 박성재 박사는 직선제와 연임 허용은 퇴보라고 농협법 개정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박 박사는 “간선제와 단임제는 오랜 검토와 논쟁 끝에 결정된 것인데 너무도 쉽게 과거로 돌리자는 것은 역행이고 퇴보”라며 “현 제도의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제도를 찾아야지 과거에 문제가 있다고 그렇게 성토했던 걸로 회귀하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대안으로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원 총회에서 이사들을 선출하고 이사 중에서 회장을 선임하며 현 중앙회장의 직무를 소수의 이사가 나누어 맡는 것, 예를 들어 교육담당 이사, 경제담당 이사, 금융담당 이사, 상호금융 이사 등 주요 이사가 중앙회장의 직무를 나눠 갖고, 순번을 정해 중앙회장의 직무를 수행한다면 임기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회원 위에 군림하는 중앙회가 아니라 회원이 지배하는 명실상부한 협동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 박사의 주장이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은 직선제는 찬성하지만 연임 허용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소장은 “다른 나라의 중앙회는 제도개선과 교육만을 맡아 규모가 크지 않아 간선제나 이사호선제 등 선출제도로 큰 무리가 없지만 농협중앙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중앙회가 관리하고 배부할 수 있는 자원이 많은 상황에서 직선제는 중앙회장이 전체 조합원에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라고 언급했다.

또한 “중앙회장 연임 허용은 중앙회 모든 활동을 연임을 위한 정치적 활동으로 변질될 우려가 큰데, 과거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 1988년 이후부터 한호선(13~14대), 원철희(16~17대), 정대근(18~20대), 최원병(21~22대) 회장은 모두 재선 혹은 3선을 했을 정도로 현 회장은 막대한 자원을 연임에 쓸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단임제가 한번도 완전히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개정해 연임을 허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저버리는 행위로 단임 회장 체제에서 범농협발전 4개년 계획을 수립해 전체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가의결권 도입도 고려해야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임정빈 교수는 “2009년 간선제 도입의 이유였던 선거과열로 인한 혼탁선거의 문제도 중앙선관위원회에 선거를 위탁함으로써 대부분 해소됐다”면서 “비상근제와 권한 축소, 사업 계열화 등으로 중앙회장의 비리 역시 해소됐으므로 중앙회장 직선제와 1회 연임 가능으로 전환하되 권한집중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으므로 비상근제는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 교수는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조합의 규모에 대한 차이가 없는 1조합 1표주의 선출은 대표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부가의결권을 도입해 의결권을 차등 배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정아름 농업금융정책과장은 “정부는 직선제 도입을 반대하지 않지만 부가의결권 도입, 중앙회장의 권한을 집중 견제할 장치가 갖춰졌는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단임제 도입 당시 범농업계가 농협의 강도 높은 개혁차원에서 도입된 것으로 큰 문제없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연임 허용은 반대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농협발전소위는 2017년 2월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과 역할 등 합의되지 않는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며 “농협법 개정과 관련해 이번 간담회 이후에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농협 조합원들의 의견도 정리해서 농협발전소위에서 개정 여부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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