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창-박평식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관, 전남도농업기술원 전문위원

애써 가꾸고 땀 흘리다보면
보람도 느끼고 운동도 되고
계절채소로 무공해 식탁도 누리고...

▲ 박평식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관, 전남도농업기술원 전문위원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고 도시생활이 각박하다보니 계절을 느끼기도 쉽지는 않지요? 텃밭을 가꾸다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확실히 느낄 수 있지요. 지난 가을 무·배추 등 김장채소 수확하고, 마늘·양파·시금치 등 월동작물 파종하고 동면에 들어갔던 텃밭 작물들이 봄을 알려주네요. 땅에서 삐져나오는 달래와 냉이도 캐고, 밭 주변에 산수유와 개나리도 피어나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가을에 파종해 연말까지 푸름을 유지하던 작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삭막하다가, 이제는 다시 파릇파릇 생기를 찾아가고 있네요. 아파트에 살다보니 어려움도 있는데, 내 땅은 아니지만 가까스로 텃밭용지를 구해 도시텃밭을 가꾸고 있네요. 밭두렁에 있는 감나무와 포도나무의 웃자란 가지를 전정하고, 뼈대만 남아 앙상한 고춧대 뽑아내고, 삽으로 땅을 파서 유기질비료 듬뿍 주고 피복비닐 씌워, 파종적기가 된 감자와 옥수수 씨앗을 넣었네요.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는다고요? 절대로 아닙니다. 조그만 도시텃밭 하나 가꾸기도 쉽지는 않네요. 텃밭 경력이 10년이 넘었는데도 이랑 높이를 얼마로 할지, 파종·정식 적기는 언제인지, 작물별로 비료는 어느 정도 주는 것이 적당한지... 인터넷에 조회도 해보고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정보(농사로)를 찾아보기도 하지요. 최근에 ‘도시농업 텃밭채소’라는 책자를 구했는데, 텃밭에서 주로 재배하는 30여 작목에 대한 영농기술정보가 잘 정리돼 있어 아주 편리하네요.

지난해 여름에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다행히 작물이 완전히 말라죽지는 않고 근근이 버텨주었네요. 잎이 축 처져 말라가는 것을 보며 가뭄에 애타는 농부의 심정을 이해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실감했지요. 그러다 단비가 내리자 메말랐던 작물들이 활개를 펴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요.

한두 달에 한 번씩 손주들이 우리 집에 오면 놀이터에도 데려가지만, 고사리 같은 손을 꼭 잡고 텃밭으로 향합니다.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와 자주색의 가지도 직접 따보게 하고, 여름에는 수박과 참외도 만져보게 하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전화를 하면 손녀가 좋아하는 옥수수를 심어놨다고 기대감도 키워주지요. 날마다 식탁에서 대하는 음식물의 재료를 할아버지·할머니가 직접 가꾼 거라고 가끔씩 보내주기도 하고, 다음에 오면 더 맛있는 거 먹게 될 거라고 깨닫게 해주지요.

요즘은 잘 먹고 살아서 궁핍한 것을 모르는 세대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먹거리의 중요성을 적절한 예를 들어 알려줘야지요. 손녀는 갓난아이 때 우리 집에서 1년쯤 살아 집에 오면 장난감이 없어도 적응을 잘하는 편인데, 어린이용 자전거도 사놓고 텃밭 주변에서 놀며 구경도 하고 나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요.

요즘 아이들은 즉석식품에 길들여져 옥수수와 감자 등 전통간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다행히 우리 손주들은 어찌나 좋아하는지 우리도 덩달아 신이 나지요.
애써 가꾸고 땀 흘리다 보면 보람도 느끼고 운동도 되고, 계절채소로 무공해 식탁도 누리고(1석3조) 좋은 점이 참 많지요. 요즘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아져 지자체에서 만들어 분양하기도 하고, 개인농장에서 농자재 등 기본적인 것을 준비해 주고 기술지도까지 해주는 텃밭도 많으니 주변에서 찾아보시고 도시농부에 한번 도전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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