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예산 비중 FTA 이후 하락세 계속돼 겨우 4.1% 불과

▲ FTA의 성과는 농업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농업예산의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사진은 지난 1일 FTA 발효 15주년을 맞아 열린 포럼)

2004년 칠레 FTA 첫 발효…전체 교역량 67.8% 차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농업 등 취약산업 지원 나서겠다”
1조 출연키로 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겨우 553억 모아
농업예산, 농촌인구 비율 맞춰 5% 수준까지 올려야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2011년 EU, 2012년 미국, 2015년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을 포함해 현재 52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 올해로 도입 15년이 지난 셈이다. 지난해 FTA 발효국과의 교역량은 전체 교역량 대비 67.8%에 달하는 FTA 강국으로 무역·투자 촉진, 산업 효율성 향상, 소비자 후생 증대 등의 효과를 거뒀다는 대내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FTA는 성공적인 통상정책이라는 그 이면에 무시할 수 없는 농업인들의 피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국가가 외면한다는 목소리는 농업계의 고독한 아우성일 뿐이다.

▲ FTA의 성과는 농업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지만 농업예산 비중은 계속 줄어 농정개혁을 주창해온 정부의 공약은 농업인에게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난 1일 무역센터에서는 FTA 발효 15주년을 맞아 열린 포럼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FTA는 지난 15년간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국내경쟁력을 제고한 성공적인 통상정책으로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불 달성을 가능케 했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보호주의 무역의 풍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 정부는 확장·혁신·포용의 3대 가치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 본부장은 “FTA로 인한 피해산업인 농축산업 등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포용적인 맞춤정책을 면밀히 살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처음부터 예상
우선 FTA로 인한 지표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한·미 FTA를 예로 들어보면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27~0.31%이고, 소비자 후생은 5년간 40억8674만~54억6871만 달러에 달했다. 고용은 5년간 1만6803~5만7463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FTA에 대한 국민인식도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농수산업의 피해가 늘어났다는 응답이 FTA 반대자뿐만 아니라 찬성자의 상당수가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농업계가 요구한 FTA로 인한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대신 민간·공기업, 농·수협 등이 자발적으로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마련키로 한 약속은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현재 모인 기금은 60개 기관이 참여해 1년 모금액 1000억 원의 절반을 조금 넘은 553여억 원에 불과했다. 저조한 모금은 의무조항도 아니었고, 기금 출연 시 인센티브도 없다보니 사실 처음부터 예상된 것이었지만, 여전히 정부의 뾰죡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문한필 FTA이행지원센터장은 “한·미 FTA 발효 이후 인해 농식품 수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353억 달러에 달했는데, 비중을 살펴보면 가공식품 100억 달러(28.4%), 임산물 79억 달러(22.3%), 축산물 75억 달러(21.3%), 곡물 66억 달러(18.8%), 과일·채소 32억 달러(9.2%) 등이었다”면서 “반면 수출은 가공식품 53억 달러(76.3%), 신선농축산물 11억 달러(16.1%), 임산물 5억 달러(7.5%) 등으로 불과 69억 달러로 수입액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더 큰 문제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선호도 증가, 육류 소비 증가세 등의 트렌드로 농식품 수입의 증가세가 수출의 증가세보다 높아 지금의 불균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다.

올해 농업예산, 18조9000억 원
문 센터장은 “FTA로 인한 농어업의 생산액 감소는 10년 또는 15년간 한·미 FTA가 12조2000억 원, 한·영연방 FTA는 2조5000억 원, 한·EU FTA는 2조3000억 원으로 예상되고, 이에 대한 농업분야 재정투자는 한·미 FTA 23조1000억 원, 한·영연방 FTA 11조6000억 원, 한·EU FTA 10조8000억 원의 대책예산이 투입됐다”며 “지난해 FTA 국내보완대책 투·융자 예산을 들여다보면, 청정임산물 이용증진, 농축산물 검역검사, 목재산업 시설현대화, 농업수입보장보험, 가축재해보험 등 근본적 체질개선에 2824억 원,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폐업지원제 등 단기 피해보전에 2077억 원, 축사시설 현대화,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 농산물 저온유통체계 구축 등 품목별 경쟁력 강화에 1조6179억 원 등 총 2조10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허나, 여기서 중요한 건 막대한 피해대책 예산이 투입됐지만 농업분야 예산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분야 예산은 지난해 19조7000억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4.6%였고, 올해 예산은 8000억 원이나 줄어든 18조9000억 원으로 4.1%에 불과했다. FTA 발효 이후 하락세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예산은 2002년 9.0% 비중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를 지속하다 올해 반토막 이상 나버렸다. 다른 국가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동안 농업예산이 축소되는 건, 예산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획재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를 방어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의 직무유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가 집중됐음에도 정부의 예산비중은 계속 줄어 ‘농업홀대론’이 실제로 증명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농업인 초청 간담회에서 “농업은 우리 생명이자 안보로 국민소득 3만 불 달성에 헌신했다”면서 “‘사람 중심의 농업, 국민 삶에 힘이 되는 농촌’을 위해 농민과 농촌의 희생과 헌신은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불과 석 달 전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면, 농업예산은 농촌인구 비율에 따라 5% 수준이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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