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이 되는 건강정보

특발성렘수면장애환자 73.5%, 치매·파킨슨 병으로 진행
서울대병원 등 전 세계 11개국 24개 의료기관 공동연구

나쁜 잠버릇은 치매와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잠버릇이 나쁜, 특히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심한 잠꼬대를 하면서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수면장애 증상이 사실상 치매나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이라는 것. 잠버릇이 심하게 나쁜 환자의 증상을 의학적 용어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하는데 이런 환자를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무려 73.5%에서 파킨슨, 치매 등 뇌신경퇴행질환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나라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전 세계 11개국, 24개 의료기관의 수면·신경과 전문의들이 공동으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대상으로 4년에서 최장 19년까지 추적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 아시아에서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가 유일하게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6.3세였고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6년, 최장 19년이었다. 치매와 파킨슨병 발생률과 뇌신경퇴행질환 위험도 예측은 각각 ‘카플란-마이어’와 ‘콕스 비례위험’ 분석을 통해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브레인(Brain)’ 최근호에도 게재됐다. 
연구 결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무려 73.5%가 뇌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됐다.
뇌신경퇴행질환 위험요인으로는 운동 검사 이상, 후각이상, 경도인지장애, 발기장애, 운동 증상, 도파민운반체 영상 이상, 색각이상, 변비, 렘수면무긴장증 소실, 나이 등이었다.

렘수면은 쉽게 말해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로 대부분 이때 꿈을 꾼다. 일반적으로 렘수면 때는 근육이 이완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긴장돼 꿈 속 행동을 잠을 자면서도 그대로 재현하게 된다. 그 때문에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등 외상이 빈번하다. 전체인구에서 유병률은 약 0.38~0.5%정도이지만 우리나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1%로 약 15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와 다계통위축증 등 뇌신경퇴행질환의 전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이 질환으로 진단했을 때 뇌신경퇴행질환으로의 이행률과 진행 예측인자를 정확히 추정하면 뇌신경보호를 위한 치료가 가능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치매 같은 뇌신경퇴행질환처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완치할 수 있는 약제가 없어 조기진단을 하더라도 더 쉽게 치료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뇌신경퇴행질환의 경우처럼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뇌신경퇴행질환으로 발병될 위험이 큰 환자를 미리 예측해 생활습관 개선과 의학적 치료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이후 환자 삶의 질이 훨씬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가 뇌신경퇴행질환으로 진행된다는것을 다기관 장기 추적으로 밝힌 첫 연구일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신경퇴행질환의 다양한 위험인자들을 같이 밝힌데 의의가 있으며 특히 한국인 환자의 데이터도 같은 양상으로 확인된 것이 이번 연구의 큰 성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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