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83)

1996년 3월 1일, ‘국민학교’란 명칭이 ‘군국주의적 색채가 있는 일제 잔재 청산’이란 명목으로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까지 ‘국민학교’에 다녔던 이들은 소위 ‘콩나물 교실’이란 말을 다 기억할 것이다.
‘콩나물 교실’은 좁은 교실에 빽빽하게 앉아 있는 학생들 모습이 흡사 콩나물 시루 같다 해 붙여진 ‘과밀학급’의 별칭이다.

당시에는 규모가 작은 시골학교라고 해도 한 학급에 50~60명씩, 학년에 두, 세 학급은 됐다. 이를 전체 학생수로 셈해 보면, 전교생이 적게는 700여 명, 많게는 1000명 안팎이 된다. ‘오전ᆞ오후반’ 하던 2부제 교육도 이 ‘콩나물 교실’ 해소책의 하나였다.
이같은 과밀현상은 1950년 6·25전쟁 이후 출산율 증가에 따른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개발에 따른 유입인구 집중,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의무교육 확대에서 비롯됐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저출산 여파로 학생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콩나물 교실’은 자연 해소됐지만, 취학 학생수가 줄어들어 문 닫는 학교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산간 벽촌이나 섬 지방의 작은 분교들은 ‘폐교’ 팻말을 교문에 내건지 이미 오래다.
1970, 71년도만 해도 한 해 100만 명 넘게 출생했던 것이 1980년대를 고비로 출생아 수가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한 해 30만 명대 초반에서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18년 교육 기본 통계 ㅡ전국 2만여 개 유치원·초·중·고등교육기관 학생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 학생 수는 630만 9723명으로 지난 해보다 15만 8906명 줄었고, 최근 20년간 236만 명 줄었다.(그중 3분의 1인 76만 명이 서울 아이들 이었다.) 또한 지난 20년 사이에 전국에서 총 3752개교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갔다.

그런가 하면, 저출산 여파로 인한 폐교 대응책으로 곧 처음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한데 짓는 ‘초·중 통합학교’가 서울 가락동에서 문을 열고, 중·고, 초·중·고를 전부 합친 통합학교도 머잖은 장래에 서울에 등장할 모양이다. 반면에 서울의 신ᆞ재개발지구인 강일 고덕지구·마곡지구ᆞ송파 위례신도시 등에는 새로운 입주인구 유입으로 한시적이지만 이 지역 신설 중학교 학생수가 늘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수 감소 여파는 비단 초·중·고 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도미노처럼 밀어닥치고 있다. 앞으로 2년 후인 2021학년도에는 전국의 사립대학 중 38개 대학이 신입생을 한명도 모집하지 못해 문 닫을 것이라고 교육부는 전망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전문 고등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 인재양성 시스템을 망가뜨리며 등록금 장사로 연명하는 부실대학들은 과감히 문닫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제부터라도 바른 학교교육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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