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딸들을 예뻐하시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다행스럽게도 집안에서 남녀차별을 경험한 기억은 별로 없다. 열 살 무렵이던가, 재미있어 보이던 오빠 자전거를 빌려 타고 용기내서 동네를 돌다가 이웃 아주머니가 던진 말이 남녀차별에 대한 첫 기억이다.

“계집애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니...”

‘왜 여자는 자전거도 못타나’하는 반발심이 쏟구쳤던 그 때의 감정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서훈을 대한민국장인 건국훈장 1등급으로 추서키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곱씹어 보니 남자 독립운동가들이 모두 무슨 선생으로 불리던 시절에도 유독 유관순 열사의 호칭은 누나였다. 친근감의 표시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선생대신 누나로 격을 낮췄고, 남자 입장만을 반영한 성 차별적 호칭임에 틀림없다. 국민 모두에게 숭결하고 고결한 애국정신의 상징적 인물인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서훈이 그간 고작 3등급에 불과했다니 서훈에도 엄연한 남녀차별이 존재했음에 틀림없다.

이런 의미에서 유관순 열사에게 건국훈장 1등급 추서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의 출발점인 동시에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양성평등한 관점의 평가란 점에서 더욱 환영할만한 일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