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81)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 인조고기로 만든 햄버거가 등장했다. ‘씨 이 에스(CES)’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가 해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고 있는 ‘소비자 가전쇼(Consumer Electronics Show)’란 이름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다. 이 전시회에 미국의 푸드 테크(Food Tech) 기업인 ‘임파서블 푸드’가 인조 가짜고기로 만든 버거를 선보인 것이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인 패트릭 브라운이 창업한 회사다. 밀·감자·아몬드 등 식물성 재료를 혼합해 가짜 인조고기를 만든다. 코코넛 오일로 고기 육즙까지 똑같이 재현하고 인조고기를 그릴에 구우면서 실제 고기의 맛과 색, 향기(특유의 냄새)를 그대로 느끼게 해 ‘피 흘리는 채식버거’라는 별칭도 얻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840억 원을 투자하기도 한 임파서블 푸드의 인조고기 햄버거는 현재 미국전역에서 5000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버거체인점에서 판매되고 있고, 홍콩에도 진출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오는 2035년까지 진짜고기 사용을 완전히 대체하자’는 것이다.

‘푸드 테크’는 식품(푸드, Food)과 기술(테크놀로지, Tecnology)을 합성한 신산업 이다. 이 푸드 테크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는 인조 고기 제조기술이다. 그러면 대체 왜 이들이 인조 식용고기 개발에 매달리는가.
앞으로 30년 뒤인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을 돌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식량문제는 물론 지금의 축산업으로는 매년 2억톤 이상의 고기가 필요한 인류의 고기 소비량을 못따라간다는 계산에서다. 나아가 기존의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된 항생제 남용과 분뇨처리,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등이 이미 위험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세계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고기의 한 해 소비량을 보면, 닭이 500억 마리로 가장 많고, 오리 26억 마리, 돼지 13억 마리, 토끼 11억 마리, 칠면조 6억3300만 마리, 양 5억1800만 마리, 소 2억9300만 마리 등이다. 우리나라의 한 해 가축 소비량을 보면, 소 75만 마리, 돼지 1463만 마리, 닭 7억2528만 마리 등 총 8억1550만 마리가 도축되고 있다.

미국에는 임파서블 푸드 외에도 할리우드 배우로 채식주의자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자로 참여한 ‘비욘드 버거’ 제조 푸드 테크 ‘비욘드 미트’,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실험실 고기’로 유명한 ‘멤피스 미트’, 식물성 인공계란 생산업체 ‘저스트’, 식물성 버터를 만드는 ‘미요코 키친’이 세계의 축산업 판도를 바꿀 유망 푸드 테크로 주목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기업 D산업이 지난해 말 비욘드 미트와 비욘드 인조고기 버거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정식 유통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인조 배양육의 높은 생산가격과 안전성 논란, 실제고기와의 맛과 식감 차이, 소비자들의 선입견에 따른 거부감 등, 기대와 해결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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