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경상도 고유한 문화특성인
남녀가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정신만 남기고,
현실적으로 차별이나
편견으로 작용하는 것은
단호하게 막고 예방해야 한다.
‘여행동행’(女幸童幸)’ 경상북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행복의 춤을 추게 하리라.

▲ 최미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되는 433년 전 원이 엄마의 편지는 만 서른에 요절한 남편 이응태와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아내의 사부곡이다. 안동시가 택지개발을 위해 무덤을 이장하면서 염습한 상태 그대로 발견한 미라 형태의 경상도 남자 머리맡에 놓인 미투리 한 쌍과 가슴 위에 놓여있던 원이 엄마의 편지는 경상북도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뮤지컬 <원이 엄마-별이 된 여인>, 오페라 <능소화 하늘꽃>, 애니메이션 <미투리>, 국악가요<원이엄마의 편지>를 비롯, 안동시 정하동 원이엄마 동상이 들어서 있는 테마공원에 이어, 원이엄마가 삼베 껍질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미투리 형상을 닮은 월영교까지 들어섰다.

원이엄마 테마공원에서 쌍가락지 조형물에 소원을 빌고, 달빛 흐르는 안동댐 월영교를 거닐면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 없을 것 같다. 원이엄마의 편지에 담긴 사랑은 생사도, 시공도 초월한 세계적 러브레터다. 데미 무어가 열연한 영화 ‘사랑과 영혼’을 넘어선다. 조선 중기 몇 해를 수놓았을 것 같은 원이 엄마 아빠의 부부애는 약 반(半) 천년을 땅속에 묻혀 있다가 어느 날 우리 곁으로 날아와 희미해져 가는 현대판 가족·부부·사랑의 의미를 정화시켜준다.

이 원이엄마의 편지에 숨어있는 또 다른 반전 하나는 지역성평등지수 만년 하위권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경상북도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재 안동대박물관에 소장된 원이엄마의 편지는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견됐다. 이 편지에는 원이엄마가 남편 이응태를 ‘자내’(요즘 손아랫사람에게 쓰는 ‘자네’의 옛 형태)라고 14번이나 부른다. 임청각의 주인인 고성이씨 양반가 며느리 원이엄마(경상도 아내)가 남편을 자내라 부른 것에 대해 학계는 그 당시 부부간 평등 호칭을 뜻하며, 부부가 평등관계였음을 증명한다는 논문까지 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경상북도는 남성중심적인 지역 기류가 여전하다는 낙인 아닌 낙인이 찍혀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하는 3대 영역, 8개 분야, 23개 지표에서 경상북도의 ‘성 격차’는 2011년 이래 가장 큰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의 역할이 다르다고 여기던 문화가 언제부터 왜곡돼버렸는지 차별과 편견적 요소가 옹이처럼 굳어져 있다.

이제 시대정신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남편이든 아내든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유지해야하며, 일·가정 양립이 전방위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경상도의 고유한 문화특성 가운데 하나였던 남녀가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정신만 남기고, 현실적으로 차별이나 편견으로 작용하는 것은 단호하게 막고 예방해야 한다. 이제는 남녀동행과 양성평등을 해치는 채용, 교육, 훈련, 승진, 배치에서의 성 격차를 더 보완해야 한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여성가족부 공모에서 타 지역 3곳과 함께 선정된 경북양성평등센터를 통해 이를 실천하려 한다.

유아시절부터 서로 존중하면서 살 수 있도록 ‘유치원 교사를 위한 젠더교실’을 열고, 온갖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는 ‘별반(차별반대)지기’를 키우며, 양성평등한 도시재생과 공동체마을 확산을 위한 시민교육 ‘도시재생+젠더하기’를 일상에 스며들게 할 예정이다. 또 양성평등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양성평등 경북 알리오단’과 일년간 추진한 양성평등의 성과물을 공유하며 자축하는 ‘어워드-양성평등 꽃피다’를 연다. 마지막으로 ‘도민참여형 양성평등정책 모니터링단 양성’을 통해 경상북도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여성과 아이가 행복한 ‘여행동행’(女幸童幸)’ 경상북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행복의 춤을 추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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