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여성농업인에게 절실한 제도

▲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여성농어입인의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특수건강진단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민관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농촌여성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이하 육성법)의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개정안은 농촌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실시토록 하고,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그러나 농어업인의 건강점진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의 판박이에 불과할 뿐 아니라 여성농업인에게 특수건강검진이 왜 필요하냐는 반대여론도 존재한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는 ‘농업인 특수건강진단제도 도입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 중 민·관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중 중요한 발표를 정리해봤다.

여성농업인 근골격계질환 유병률 무려 70%
직업보건 전문의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농식품부, 2020년 시행 위해 예산안 마련 중

 

■국회 농해수위 박완주 의원
“특수건강진단 도입 필요성 공감”

26살에 시집와 오십년 넘게 농사를 지은 팔순의 노모가 작년에 무릎관절 수술을 받으셨다. 피땀 흘려 지었지만 도저히 추수를 할 수 없어 모두 폐기해버려 상심이 크셨다.

어려서부터 그 힘든 농사일 하는 모습을 지켜봐 온 나로서는 여성농업인이 건강을 살필 최소한의 시스템 필요성을 절감한다. 농사일 하다 생긴 병으로부터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가 중요한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

우선 입법부는 농사일로 생기는 근골격계와 신경계질환, 농약중독 등의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건강관리체계 마련에 매진하겠다. 농업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왔고, 농촌을 식량안보의 기지이자 국토환경과 전통문화 보전의 터전으로 가꿔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토론회의 주제인 특수건강진단이 농업인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임을 널리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 알리는데 앞장서겠다.

 

■연새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강대용 교수
“여성농업인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 70%”

농업인과 비농업인의 질병을 비교하고자 2010년부터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농업인 감면혜택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방법은 주요 질병이 무엇인지, 어떤 빈도를 갖는지, 빈도가 많은 질환의 의료비가 얼마나 되는지, 분만과 산부인과 의료서비스 접근 현황이 어떤지 살펴봤다.

그 결과,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은 일반인이 76.1%인 반면, 농업인은 63.4%에 불과했다. 특히 일반인은 2010년부터 6년 동안 7.9% 증가했지만, 농업인은 불과 0.5% 증가에 그쳤다. 여성농업인의 유병률은 근골격계, 호흡기계통, 순환기계통의 순이었고, 일반여성보다 모두 높았다.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7만728명인데 반해, 일반여성은 6만219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의료비 지출 역시 일반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운동장애로 인한 입원과 외래 의료비 지출은 일반인보다 무려 6.33배 많았다.

농촌지역에 가임기 여성이 적다보니 출산율의 감소세가 일반군보다 훨씬 컸다. 2011년 3.24%였던 출산율이 2016년 1.66%로 줄어드는 동안, 일반군의 출산율은 3.66%에서 3.19%로 줄어든 것과 크게 대비된다. 30세 미만 출산율은 감소하는 반면, 35~45세 연령의 출산율은 증가해, 여성농업인 산모의 평균연령은 2011년 32.59세에서 2016년 34.64세로 높아졌다. 또한 분만과 산부인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여성들은 지역 외 분만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 비율이 68.5%에 이른다.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영문 교수
“일반검진으로는 여성농업인 치료·예방에 한계”

지금의 일반검진으로는 여성농업인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조기발견에 한계가 있다. 농작업으로 인해 근골격계질환, 호흡기질환, 신경계질환 등은 물론 인수공통감염병, 농약중독이나 사고로 인한 손상이 많다. 더군다나 의료시설이 부족해 대다수의 여성농업인들이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추가 건강검진 필요성에 여성농업인의 90%가 찬성하고 있고, 특수검진을 받을 의향에 대해 95%가 찬성했다.

하지만 최근에 통과된 육성법 개정안은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보장해야 할 주기적 건강검진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일반보건서비스와 직업보건서비스가 완전히 다름에도 이를 구별하지 않은 게 큰 문제다. 우선 법적으로 대상을 명확히 하고, 임의규정을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특수건강진단을 위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농업안전보건센터 등 직업보건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이승규 사무관
“2020년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산적한 문제도 많다. 현재 육성법 개정안은 불분명한 부분이 많은 만큼, 시행령·시행규칙·고시 등에 담아야 할 점이 많다. 물론 농식품부는 여성농업인의 특수건강진단제도가 통과된다면 이는 굉장히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제도 시행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농업인이 근로자로서의 직업적 위상을 인정받고, 국가의 보호대상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2020년 추진을 목표로 현재 내부적으로 예산안을 마련하고 있고, 3월에 기획재정부 제출, 5월 국회 제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입법부는 농업현장의 요구가 많다보니 이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정부안에만 포함될 수 있다면 시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논리가 반드시 필요하고, 농업인들과 관계자들의 강력한 의지도 있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경숙 농업인안전보건팀장
“병이 병을 키우는 농촌, 정확한 진단 필요”

과거 한 화훼농가를 방문했었다. 농장주가 갈 때마다 기침을 하길래 병원에 가면 꽃가루 많고, 농약을 많이 치는 환경을 얘기하라고 조언했더니 천식약을 처방받아 3일 만에 완쾌했다. 이렇듯 농업인에 대한 진료는 현장의 이해도가 높은 의사가 맡아야 한다. 일본은 농민병원이 110여 개나 있지만, 우리는 농촌에 있던 병원도 폐업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현재 5곳의 농업안전보건센터처럼 농업환경과 질병의 연관관계를 연구해온 이들이 특수간강진단을 맡는다면 적절한 치료와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여러 구조적 요인으로 작은 병을 키워 큰 병이 돼야만 병원을 찾는 농촌에서 특화된 건강진단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최근 농촌진흥청이 도입한 국가자격증인 농업안전보건기사를 활용해 농업현장의 위험한 작업환경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담당하는 것도 효과가 크리라 본다. 늘어나는 귀농·귀촌 희망자가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하고, 청년들이 지원한다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이숙하 수석부회장
“여성농업인을 위한 건강진단, 결코 큰 요구 아냐”

농약을 안 치고 농사일을 할 수 없다. 농약이 몸에 묻었다고, 그때마다 씻을 수도 없고, 심지어 농약으로 샤워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방제복을 착용하고 농약을 치라고 얘기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여름에 벌레들이 활개를 치는데 그 두껍고 무거운 방제복을 입고 땀범벅인 상태에서 농약을 칠 순 없는 노릇이다. 그것도 여성들이 입고 일하기는 더 힘들다. 계속 그렇게 일하다보니 그래서 농사일을 하다보면 농약으로 샤워를 한다고

요즘은 천천히 시드는 제초제가 많지만, 예전에는 5분 만에 풀의 색깔이 금방 변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농약이 많았다. 일 욕심에 약통에다 농약을 담아 하루종일 일하고 나서야, 집에 가서 씻고, 설탕물 한 사발로 넘어간 적도 많았다. 이런 일이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농사꾼들이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안전수칙을 일일이 지키며 일하기 어려운 농촌에서 좀 더 자세하게 우리 몸을 살펴볼 수 있는 제도가 생긴다면 정말 대환영이다. 결코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 할 일이 산더미라지만 집에서 가까운 보건소든, 병원이든 진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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