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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하는 가족이 ‘최고의 소’ 키우는 원동력■신년기획 - 농촌 성평등의 첫걸음, 가족경영협약 : 가족경영협약 왜 필요한가? - 전북 정읍 정태호‧김순아‧정왕용‧김민정 가족
민동주 기자  |  mdj02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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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8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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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아내가 지켜야 할 농장, 미리 나눠가져야지. 같이 고생했으니까”

전북 정읍 ‘서우농장’에서 축산업을 시작한 정태호 대표의 이 같은 생각은 부인 김순아씨의 삶을 더욱 품위 있게 만들었다.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농촌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가족경영협약을 통해 이뤄진 아들내외 정왕용‧김민정 부부를 향한 축산업 승계에 있어서도 김순아씨가 앞장 설 수 있는 바탕이 됐다.

   
▲ 3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축산업을 이어온 정태호·김순아 부부는 최근 가족경영협약이 계기가 돼 아들내외 정왕용·김민정 부부에게 승계 작업을 체계화 할 수 있었다.

남편이 부인에게, 엄마가 아들에게 축산업 이어

축산업 애로사항 소통에 가족경영협약이 계기

서로의 노동 존중하며 가족경영 화합 다져

'1주1회 가족식사'로 끈끈해진 사랑

30년이 넘은 세월동안 축산업을 이어 온 정태호·김순아 부부는 최근 가족경영협약이 계기가 돼 아들내외 정왕용·김민정 부부에게로의 승계 작업을 체계화 할 수 있었다.

한국생활개선정읍시연합회 김순아 회장은 가족경영협약 이전에 남편으로부터 자신의 명의로 농장 승계를 어느 정도 받은 상태였다.

“교육을 받기 전부터 제 앞으로 농장이 이전됐기에 제 명의에서 아들 쪽으로 축산업 승계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협약서 조항에는 며느리인 김민정씨가 제안한 ‘일주일에 1회씩 가족식사 하기’ 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가족끼리 자주 모여서 밥을 먹어요. 집밥이나 외식을 통해서 밥을 함께 먹는 자리를 꾸준히 가져보니까 다같이 대화 하면서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게 되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가족식사를 하는 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됐죠.”

또 협약서에는 가족들이 농장에서 하는 일을 정확하게 나눴다.

“남편은 조사료 작업, 저는 송아지 치료, 아들은 컴퓨터 관리와 사료운반을 배분했어요. 며느리는 4-H활동을 통해 축산업을 배우고 아이들 육아에 힘쓰고 있죠.”

지식중심 승계농과 경험중심 부모 갈등

김순아 회장의 아들 정왕용씨는 올해 전라북도4-H연합회장에 선출되면서 바쁜 나날을 앞두고 있다. 그의 부인 김민정씨 또한 정읍시4-H연합회 전부회장으로 활약할 만큼 농촌에 대한 이해를 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김순아 회장은 승계를 사이에 두고 아들부부와 부딪히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소 키운지 30년 간 IMF시절도 있었고, 온갖 어려운 고비를 넘어왔습니다. 후계농은 부모가 바닥을 닦아놔서 경험이 적고 고생을 겪어보지 못해 현장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의 아들은 건국대 축산학과에서 공부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현장에서 부모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요.”

김 회장은 젊은 아들이 이론으로는 부모보다 많이 알아도, 경험으로 습득한 부모와 의견충돌이 생긴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이론에 없는 문제들이 숱하게 많아요. 서로 다르다고만 주장하면 부모 자식 간에도 분쟁이 일어나서 마음이 상하게 돼요.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방법이 최선책입니다.” 김 회장은 실질적으로 경영을 해봐야 문제점이 뭔지 아는데, 농장 승계를 하면서 같이 일을 하다보면 늘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족경영협약식 갖고 실천에 옮겨

김순아 회장은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받으면서 재산분배가 부인 앞으로는 전혀 돼있지 않은 가정이 많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가족이 자녀에게 섣불리 승계를 못하고 망설이게 돼요. 과연 자녀들이 부모가 이뤄 놓은 밑바탕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겠죠. 저희 가족은 협약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실천에 옮겼어요. 협약서에 적힌 조항 그대로 하나씩 점차적으로 지켜나가고 있어서 가족경영협약 교육이 우리 가정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김 회장은 농촌여성들이 매해 반복되는 자신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에는 평등이라는 게 없었는데, 가족경영협약을 통해 좋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육체적으로 다 같이 일하는데, 남편 명의로만 실적이 올라가니까 부인은 아무리 힘들게 일을 하고 고생을 해도 빛을 못 봐요. 가족경영협약식 교육을 받으면서 차츰차츰 의식이 트이면서 농촌여성들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여성들이 재산분할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김순아 회장은 오래전 자신의 명의로 남편이 넘겨준 농장 덕분에 영농스타상을 받을 수 있었다.

“소 공판장에서 제 명의의 축산농장이 새겨진 등급판정서가 켜켜이 자료로 쌓이면서 실적이 됐어요. 영농스타를 선정 할 때 등급판정서가 증거자료로서 큰 도움이 됐죠. 제 일을 인정하고 위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미니인터뷰> - '매정농장' 정왕용·김민정 부부

   
▲ 정왕용·김민정 부부는 축산담당 남편과 가공담당 부인으로 축산업을 체계적으로 분담할 계획을 전했다.

"협약으로 일하는 어려움 나눴어요"

부모님 세대에서는 생산이 많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환경법이 강화돼 축산환경이 까다로워졌고, 무역관세가 풀리면서 외국소와 경쟁해야 되죠.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저희 부부는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려면 농장 안에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조사료를 직접 생산하고 소에게 먹이면서 생산비를 절감하고, 농장에서 발생되는 분뇨를 퇴비화 해서 논과 밭에 자원화 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축산에 집중하면 아내는 한우고기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쪽으로 일을 분담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면서 부모님과 저의 아들이 함께 들은 가족경영협약 교육은 부모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교육 같이 받은 4살 된 아들 녀석은 오로지 영농에만 관심이 생겼습니다. 농기계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삽질까지 잘합니다.

부모님과는 같은 업종을 하면서 입장차이가 있었습니다. 일 얘기는 하지만, 일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나 힘든 점 등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을 갖고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부모님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뜻 깊은 시간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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