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승용 농촌진흥청장

생활개선회는 우리 농업·농촌을
성공적으로 개선시킨
‘성공 DNA’를 갖고 있다.

개인보다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며
농촌사회 문제개선에 앞장서
건강한 여성농업인 조직으로
믿음직하게 성장하길 기대한다.

▲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농번기에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데 애 봐줄 사람은 없고... 산밭에 들어가 김매는 동안 작은 애는 업고 큰 애는 나무에 매어놨어요. 맘은 아프지만 별 수가 없었지요. 마침 생활개선회에서 탁아소를 열고 애들을 맡아 돌봐준다니 얼마나 반가웠게요. 그 힘든 시절, 생활개선회는 농촌 여성들의 친정엄마이자 선생님, 친구 같은 은인이었어요.’  
불과 50~60년 전의 기억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생활개선회 초장기 회원의 독백은 당시 농촌여성의 고단했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동시에 여성농업인들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그들의 자활과 성장을 이끌어낸 중추적 조직으로서 생활개선회의 위상을 재조명하고 있다.

생활개선회는 농촌사회 활력을 주도하는 여성지도자 육성을 목표로 조직된 여성농업인단체다.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농촌여성조직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농업·농촌사회 발전의 한 축을 책임져 온 생활개선회는 농촌여성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환경에서 영농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버팀목 같은 존재다. 여성의 교육 참여가 제한됐던 시절,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전국 각지의 여성농업인을 농업기술, 경영 전문가로 키워낸 요람이다. 가정과 영농활동을 병행하는 농촌여성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습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터 준 유일한 학습공간이기도 했다.

농촌개량 사업이 한창이던 때에는 쾌적한 정주환경을 조성하는데 생활개선회원들의 야무진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농촌의 자원과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농촌문화지킴이 역할도 성실히 수행했다. 여성농업인이 별도의 일감을 갖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감갖기 사업을 펼쳐 당당한 영농주체로도 키워냈다.
대한민국 농업·농촌의 발전과 맥을 같이해 온 생활개선회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지나온 60년의 활동성과를 널리 알리고 생활개선회가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을 미래유산으로 전승하자는 미래 비전을 담은 다양한 기념행사가 지난 11월28일부터 12월1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생활개선회는 지금까지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여성농업인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정책을 제안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발전해 나가자는 각오를 다졌다.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고 활기찬 농촌발전을 견인하는 주체로 성장해 나갈 것임을 약속했다.

2017년 기준, 전체 농가인구의 51.1%가 여성농업인구다. 여성농업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5년 65.9%로 높은 편이다. 농촌의 주요 인적자원인 전국 8만 회원의 생활개선회는 여성농업인을 농업경영주체로 성장시키기 위한 가족경영협약과 여성후계인력 육성을 위해 결혼이민 여성농업인의 멘토링을 지원하며 더불어 사는 삶,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농업·농촌 발전의 선구자로서 올해 캄보디아에 생활개선사업을 성공적으로 전파한 경험을 살려 개발도상국과의 국제협력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더불어 통일 한반도를 대비해 우리 농업·농촌의 성장 동력이 되었던 생활개선사업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여성농업인은 우리 농업·농촌 환경을 성공적으로 개선시킨 성공 DNA를 갖고 있다. 생활개선회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며 농촌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개선에 발 벗고 나서는 건강한 여성농업인 조직으로 믿음직스럽게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미래를 여는 창(窓)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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