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특허를 말하다- ⑦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재순 연구사

▲ 대기 중 습도로 화분재배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김재순 연구사.

공기 중 습기 이용해 식물 재배
사막의 녹화기술 착안…실내 화분에 적용

“제습이나 가습의 기술은 오래 전에 개발된 기술입니다. 다만 화분이라는 공간에 담겨진 식물의 특성에 적용을 하지 않았을 뿐이죠. 타 분야의 기술이나 장단점들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려는 노력들이 이번 연구를 하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더 깨달은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김재순 연구사(38)는 공기 중 습기를 이용해 식물을 기르는 ‘수직화분’, 이른바 ‘물 만드는 화분’을 개발해 많은 이들에게 신비함과 즐거움을 더해 준 주인공이다.

▲ 사무실에 마련된 물 만드는 화분

화분이라고 하면 우리는 관습적으로 물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은 액체나 고체나 습기의 상태 모두 H2O일 뿐이지요. 식물이 화분의 형태로 집안에 들어온 것이 엄청난 일이었다면, 물을 주는 과정의 변화는 필요에 의한 발전의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기 중의 습기가 액체 상태로 바꿔지게 되는 데까지는, 화분이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어쩌면 예정돼 있지 않았을까요. 아파트, 사무실 등의 밀폐공간과 도시 생태계의 복잡성과 빠름은 현대인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높이는 원인입니다. 당연히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많지요. 그 중에 하나가 이런 생활공간에 자연적 치유요소인 식물을 도입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식물의 수분 관리 문제 등으로 가꾸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생활공간 속에서의 식물과 공존이라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인해 물 만드는 화분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공기 중 습기를 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과 활용 방안 등을 논이하고 있다.

생각과 기술의 융합이 꽃피운 발상의 전환
지구촌 어디서든 수자원으로 활용 가능

김 연구사가 출원한 특허는 3종이다. 수직화분, 화분, 화분물받이 등으로 이미 6개 관련업체에 10건의 기술이전을 했다. 김 연구사는 물 만드는 화분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말한다. 산업화 과정 등으로 나가기까지 더 많은 기술과 관점의 변화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에 더 편한 방법으로 실내 화분에 물을 주기위한 방법들은 무엇이었을까요. 화분에 물통을 달아주는 방법, 센서를 이용해 필요할 때만 물을 주는 방법 등이 활용됐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물 관리 기술들은 물 주기의 횟수를 줄이는 것일 뿐 결국 사용자가 물을 줘야 한다는 행위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죠.”

김 연구사가 떠 올린 생각은 사막의 녹화기술이었다. 사막에서 밤과 낮의 온도차를 이용해 공기 중 습기를 이슬로 만들어 사막 녹화 식물에 관수하는 기술이 생각났다.
“사막의 녹화 아이디어를 실내화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인위적인 온도 변화가 가능한 열전소자(전기를 가하면 한쪽 면은 차가워지고 반대쪽은 뜨거워지는 특성을 가진 반도체)를 이용한 제습 기술을 적용하게 됐습니다.”

물 만드는 화분은 생각과 융합의 기술이 얻어낸 결과다. ‘물 만드는 화분’은 화분 케이스, 열전소자와 방열판을 이용한 응축수 생산 장치로 이뤄져 있다. 작동원리는 응축수 생산 장치에 전기를 이용해 열전소자를 작동시키면 이슬점보다 차가워지고 차가워진 면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 맺힌 이슬은 화분의 하부에 떨어지고 상토의 모세관 현상에 의해 식물의 뿌리에 전달된다. 이렇듯 이론적으로는 단순하지만, 김 연구사가 수직화분을 개발하기까지 해외 그 어디에서도 개발사례가 없었다.

“물 만드는 화분의 기술을 개발하고, 2017년 6월에 스킨답서스를 식재해 1년간 재배한 결과 식물의 생육은 양호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물을 줄 필요 없이 스스로 물을 만들어 사용하는 화분을 그렇게 처음 만들게 됐지요. 그런 후에 목본용·초본용 등 용도별로 다양한 사이즈의 화분까지 제작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가끔 ‘물 쓰듯이 한다’는 표현을 한다. 물은 동·식물에게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너무나도 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지구촌에 물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물 만드는 화분’의 개발은 우선 실내공간을 치유적 환경으로 바꾸기 위한 기반기술이고 도·농 상생의 기술입니다. 이것을 통해 도시민은 치유적 환경을 조성 후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농민은 치유환경 조성용 식물소재를 도시에 더 많이 판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식물의 재배 시 필요한 물을 하천과, 바다에서 수동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능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사의 설명이다. “우리는 그동안 공기 중에 습기형태의 엄청난 수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해 실내·외 식물은 물론 농작물 건조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공기 중의 물 만드는 기술이 재생에너지와 결합해 습기를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 재배도 가능할 것입니다.”

최근 시장의 트렌드인 치유농업, 힐링, 여가문화 성숙 등으로 인해 실내를 치유적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어 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정원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여기에 외국의 수요까지 고려한다면 관련 시장은 매우 넓어 보인다.
‘물 만드는 화분’의 시장성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커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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