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71)

지난 주에는 11살짜리 중국 아이와 10살짜리 한국 아이의 이야기가 에스 엔 에스 (SNS)를 뜨겁게 달궜다. 중국 아이 이야기는 그냥  평범한 서민 아버지의 훈훈한 자식사랑 얘기이고, 한국 아이 이야기는 한 언론재벌 손녀딸의 가공할 갑질 얘기다.
중국의 장쑤성 쑤첸시에 사는 저우 씨에겐 11살 난 아들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 아들은 공부엔 영판 취미가 없었던지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만 하면 매번 ‘올 빵(0)점’을 받아왔다.그러던 아이가 최근 시험에서 7점을 받아왔다. 그러자 아버지 저우 씨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아들이 100점 만점에 7점 맞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1000위안(16만3000원)어치 폭죽을 사서 터뜨리며 아들의 작은 어깨를 감싸안았다. “아들아, 축하해!”

아버지 주 씨가 직접 찍어 SNS에 올린 이 폭죽 축하파티 동영상은 순식간에 클릭수가 17만 건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내가 어렸을 때는 왜 저런 아빠가 없었을까” “내가 만약 7점을 받았다면 폭죽은커녕 엉덩이에 불이 났을 거다.ㅎㅎ” 등등의 훈훈한 감동 일색 이었다.
주 씨의 아들은, 0점은 아니지만 100점 만점에 고작 7점을 받은 자신을 무한 신뢰를 가지고 뜨겁게 온몸으로 격려해 주는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느꼈을까?…

이 폭죽이벤트(?)가 있은 후 아버지 주 씨는, “이 격려를 통해 아들이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말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성적은 0점-7점에서 이미 57점까지 올랐으니, 1000위안 폭죽 터뜨린 목적도 이룬 셈이다”라며 감개무량해 했다고 한다.
이 중국인 아버지의 아들 격려 폭죽파티로 화제만발이던 날, 우리나라에서는 한 유명 언론재벌의 10살짜리 손녀딸의 가공할 갑질 폭언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나라 안이 들끓었다. 고작 10살 짜리가 쉰일곱살 수행 운전기사에게 쉴새 없이 시비걸듯 퍼붓는 막말에 반말찌거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저씨, 진짜 해고 될래요?”

제보를 한 수행운전기사 A씨는 “운전 중에 때리는 것은 물론 귀에다가 소리를 지르고 운전대도 잡아 꺾기도 해 자칫 교통사고가 날까 불안했다”며, 그 열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당했던 수모를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녹취록 공개와 함께 결국 그는 3개월 만에 해고됐다.
이런 아이를 두고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아이 부모측 반응이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은 “가족을 협박하기 위해 녹취한 것이며, 이를 공개하면서 미성년자인 아이를 괴물로 묘사”한 언론사의 보도태도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면서 법적대응 할 것임을 시사했다. 참 부끄러움, 염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긴 돈이 사람도리를 가르쳐 주진 않으니까. 우리의 무너져버린 가정교육·학교교육 민낯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참 천진·순진무구할 천둥벌거숭이같은 열살 어린 애를 누가 이처럼 흉악한 괴물로 만들었을까. 이런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될까. 혹여나 이 아이의 부모들은 지금쯤 이를 자근자근 깨물며 작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더러운 땅에서 아이 키울 수 없어. 내일이라도 당장 짐싸서 외국유학 보내면 되지….’
그래도 이 땅의 아이들에겐 1000위안으로 ‘빵점짜리’ 아들의 가슴에 희망의 폭죽을 쏘아올리는 그런 아버지들이 필요하다. 힘들 때마다 거친 손 내밀어 “아들아, 힘내, 파이팅!”하며 지친 어깨 싸안아 주는 그런 아버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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