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농업유산’ 보전 위한 활용 필요하다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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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3  12: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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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전통문화 전수자 찾기 힘든 시대…
보존보다는 적극 활용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얻은 관심을
유산 보전의 에너지로 이용해야

   
▲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길게 이어진 돌담, 우거진 대나무 숲과 오래된 소나무 숲, 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차밭 등 그냥 풍경이려니 지나치던 이 모습들이 실은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국가중요농업유산’이다. 세계문화유산은 많이 들어봤지만 농업유산이라는 말은 다소 생소하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02년부터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생산 방식, 전통적인 농업시스템 등을 지원하고 보전하기 위해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21개 나라 52개 농업유산이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농업인이 해당 지역에서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시켜온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에서 보전가치가 있다고 인정된 농업유산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2013년 ‘청산도 구들장논’을 시작으로 현재 9곳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이 중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밭담’, ‘금산 인삼’, ‘하동 전통차 농업’ 등 4개 유산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식량 생산 이외의 농업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농업유산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유산 등 농업·농촌 고유의 경관을 보전하면서 정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촌과 농업유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전과 관리, 활용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실제로 농업유산제도를 우리보다 늦게 도입했으나 이미 11개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을 보유한 일본에서도 ‘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전통문화 전수자를 찾기 힘들어진 시대에 규제를 통한 보존보다는 적극적인 활용으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얻은 관심을 유산 보전의 에너지로 이용하자는 취지다. 2015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된 아소의 초원관리 시스템의 경우, 자체 로고 개발, 지역학생 대상 농림업 체험, 지역농산물 직판장 운영 등 농업유산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계기관과 농업인이 자주 머리를 맞댄다고 한다. 일본처럼 농촌의 고령화, 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눈여겨볼만한 사례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가중요농업유산 활용을 통한 관리와 보전 방안을 모색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국가중요농업유산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국가중요농업유산 연계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담양 대나무 숲과 부안 유유동 전통양잠농업 등 2곳을 우선 선정해 근처 여행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연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더 넓은 지역, 더 다양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자체에 보급할 계획이다.

일요일 저녁이면 가끔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교육방송에서 하는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인데, 거실 소파에 앉아 세계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한 번은 마추픽추였나 고산지대의 거대 유적이 소개된 적이 있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가 한 마디 거들었다. “사람이 진짜 대단해! 저기에 어떻게 저런 걸 만들어놨을까?” 그러게 말이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또 그런 인간이 자연 속에 만들어 놓은 많은 것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 우거진 숲에, 모래에, 바다 아래에 숨어 있는 유적들도 많은 사람의 관심이 있다면 언젠가는 발견돼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농업유산도 마찬가지다. 숨어 있는 농업유산을 끌어내고 그 유산들을 오래오래 보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공감할 수 있는 활용 방안의 모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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