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의 습기를 이용해 화분을 기르는 ‘물 만드는 화분’이 요즘 인기다. 꽉 막힌 아파트와 사무실 등 스트레스가 많은 밀폐공간일수록 더 그렇다. 물 만드는 화분의 등장은 고작 1년여에 불과하다. 그동안 사무실 등에서 간혹 화분에 물병을 매달거나 센서를 달아 눈길을 끄는 화분들은 있었지만, 직접 물을 주지 않고 공기 중의 습기를 자체적 장치를 이용해 물로 전환하는 화분이라니(?), 그 설명만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물 만드는 화분’은 농촌진흥청 김재순 연구사의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연중 비 한방울 오지 않는 사막에서 이뤄지는 녹화 식물 사업에서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밤과 낮의 온도차를 이용해 공기 중 습기를 이슬로 만드는 것이다. 김 연구사는 밤낮의 기온 차 대신에 열전소자를 이용해 차갑고 또 뜨거운 반도체 제습기술을 적용했다. 누구나 알만한 기술이지만, 김 연구사가 물 만드는 화분을 개발하기까지 세계에 누구도 그런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아이디어에 낯익은 기술을 잘 버무려낸 융복합의 성과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방법이 생긴다. 필요가 곧 과학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처 발견되지 못한 ‘제2의 물 만드는 화분’들이 생각과 기술의 융합으로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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