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통신 - 검은 대륙 케냐에 싹트는‘생활개선 한류’④<上>

▲ 카라이 양계마을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면 생리대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는 김은미 전문가

아직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아프리카 오지 시골마을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이 희망을 싹을 틔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이하 KOPIA)이 추진되고 있는 KOPIA 케냐센터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 전문가가 파견돼 현지 농촌마을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그 주인공은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을 지내는 등 41년간 생활개선사업에 헌신하고 지난 2016년 정년퇴임한 김은미 씨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김은미 씨의 눈으로 본 현지 생활개선 활동상을 연재한다.

성과와 보람을 함께
챙기게 해준 좋은 과제
‘면 생리대 프로젝트’

첫 시도라 책임감과 부담이...
케냐에 오기로 결정이 된 후부터 바로 이곳에 와서 할 일과 과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이 전 세계에 설치한 21개 코피아센터 중 처음으로 파견되는 생활개선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던 시도라 책임감과 함께 부담으로 다가왔다.
고민하던 차에 케냐에 다녀온 농진청 후배가 재봉틀 하나만 둘러메고 가서 애들 속옷과 생리대만 만들어줘도 큰일 하는 거라고 알려줬다. 케냐의 가난한 여학생들이 생리하는 날은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도 못 간다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서도 알게 됐고, 담요나 풀잎, 심지어는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쓴다는 얘기까지.
아! 그렇다면 바느질 좋아하는 내가 잘할 수 있고 바로 할 수 있는 확실하고 좋은 과제라고 생각이 들었고 준비를 했다. 넉 달이 지난 지금 나름 성과와 보람을 같이 챙기게 해준 좋은 과제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 면 생리대 재료와 도구

재료만 큰 여행가방으로 한 짐
면 생리대 보급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봉틀이다. 미니 재봉틀처럼 작고 휴대할 수 있는 것이라도 사가지고 가려고 알아봤는데 가져가는 게 문제였다. 부피도 그렇고 무게도 상당해서 다른 짐을 하나도 못 가져갈 수도 있겠다 싶어 재봉틀은 일단 포기했다. 대신 생리대 패턴, 천 등 다른 필요한 재료들을 마련했다. 면 생리대 패턴을 검색해보니 다양한 패턴들이 소개돼 있어 만들기 쉬워 보이는 것으로 몇 개 준비했다. 천은 용도별로 겉감용, 안감용, 흡수지를 몇 마씩 구입했다.
티단추와 단추 다는 기계, 심지어 쪽가위, 바늘, 실까지 다 한국에서 사서 가져왔다.

코피아 직원부터 마을부녀자까지 구슬땀
케냐에 오자마자 바로 본격적인 면 생리대 보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오자마자 코피아센터 소장님께서 성능 좋은 재봉틀을 사주셨고, 국내에서 미리 재단해온 재료로 바로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센터의 현지 직원부터 시작해서 한국에서 온 인턴과 연수생, 영어를 가르치러 오는 현지인 선생 등 주변 사람들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 김은미 KOPIA 케냐센터 생활개선 전문가/전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다음엔 시범마을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가르쳤다. 재단한 천, 실과 바늘, 가위까지 일절 준비해서 나눠주고 실습교육을 했다. 제작단계별로 샘플을 만들어 직접 보여주며 일대일로 실습을 하려니 한 번 교육할 때마다 보통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바느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녀자도 있고 바늘에 실을 못 꿰는 부녀자도 있었지만 교육이 끝난 후 어렵게 완성된 생리대에 모두 만족해했다.
생리대 한 개를 만들려면 8장의 천 조각이 필요하다. 생리대 보급 1000개를 계획했으니 총 8000장의 천 조각을 패턴을 대고 오려야 한다. 이것을 모두 같이 근무하는 인턴과 연수생들이 다해 줬다. 이들이 없었으면 할 수 없었을 일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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