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예산 집중은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수급조절 문제 발생

▲ 지난 20일 농업경제학회 주최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쌀 직불제 개편에 대한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태호 교수 “고정직불금 확대하되 변동직불금은 폐지”
양승룡 교수 “변동직불금 없으면 보험기능 대체할 수 없어”

직접지불금은 WTO체제 도입으로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2001년, 변동직불금은 2003년 각각 도입됐다. 그 후 소득안정과 규모를 키우는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쌀 농가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타작목과의 형평성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안정 한계도 노출해 직불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한국농업경제학회(학회장 김창길)의 주최로 열린 ‘쌀 직불제 개편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려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이태호 교수는 “지난해 고정직불금은 8160억 원, 변동직불금 1조4900억 원으로 전체 직불제 예산의 약 81%에 달한다”면서 “농가소득은 2003년 농업소득 비중이 45%, 쌀 소득비중이 20%였던 것이 2014년 29.5%와 10.6%로 하락하며 사실상 농업과 농촌은 분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은 생산성 향상에서 공익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고, 시장개입 대신 시장왜곡 최소화, 농업 위주에서 지역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농정의 전환기”라며 “공동농업정책(CAP)의 EU는 기초지불, 녹색지불, 연계지불, 재분배지불 순서로 직불금 예산을 배분하고 있고 2011년부터 2015년간 EU 국가들은 농가소득에서 직불금의 비중이 약 27%였다”고 말하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직불제 개편은 ▲생산과 비연계 ▲형평성(하후상박) ▲자율성 ▲공익적 기능 준수 ▲정책의 일관성 등 5가지 원칙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 중 형평성 원칙은 경지면적이 좁은 소농은 면적 당 지불금액을 높게, 대농은 낮게 책정하는 것이며, 목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아 생산을 자극하게 되는 변동직불금은 중단하고 작목에 상관없이 면적당 동일한 고정직불금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쌀 직불제 개편에 대한 다양한 해법이 제안됐다. 경상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김윤식 교수는 “쌀 정책이 바뀌면 농정 전체 그림이 바뀌는 것인데 쌀 직불제 하나만 놓고 논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직불제는 과거 보조금이 과잉공급으로 이어지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현재 고정직불금은 농업인과 농지로 주는 2가지 방식으로 나누는 게 합당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 쌀 목표가격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쌀 목표가격을 높이면 올려도 쌀 가격이 떨어졌을 경우 AMS(농업보조총액) 한도가 있어 실익이 없기 때문에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한 농민수당의 확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양승룡 교수는 “변동직불금은 없애고 고정직불금을 확대하자는 쌀 직불제 개편은 수십 년 동안 정부의 쌀 전업농 규모화와 식량안보 발맞춘 농민에게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지금에 와서 정책기조가 왜 바뀌었는지 먼저 설명이 있어야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교수는 “직불금을 더 준다고 싫어할 사람이 없겠지만 보험성격이 강한 변동직불금을 없애면 고정직불금이 그 기능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EU 공동농업정책을 벤치마킹하자는 제안도 우리와는 맞지 않고, 먼저 직불제를 개편한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식량정책관은 “양정제도 개편 이후 쌀 소득보전 직불금은 매년 약 1조1500억 원 지급됐지만, 직불제가 대규모 쌀농사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많다”면서 “개편방향은 농가의 소득안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하후상박 방식은 규모화된 농가가 손해를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되지만 직불금의 규모를 키운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다만 직불제 개편 논의 초기인 단계에서 적정한 재정규모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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