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통신 - 검은 대륙 케냐에 싹트는‘생활개선 한류’③ <上>

▲ 김은미 KOPIA 케냐센터 생활개선 전문가/전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아직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아프리카 오지 시골마을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이 희망을 싹을 틔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이하 KOPIA)이 추진되고 있는 KOPIA 케냐센터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 전문가가 파견돼 현지 농촌마을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그 주인공은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을 지내는 등 41년간 생활개선사업에 헌신하고 지난 2016년 정년퇴임한 김은미 씨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김은미 씨의 눈으로 본 현지 생활개선 활동상을 연재한다.

관광으로든 업무로든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볼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음식에 대해 그리 까다롭지도 않고 가리는 음식도 없는 나는 그래서 편하다. 어디에 가서든 이상하고 낯선 음식이라도 한번은 경험해 보는 편이다. 그래서 케냐에 와서도 일부러 찾지는 않았지만 케냐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사양하지 않았다.
케냐에 온지 석 달이 지난 지금 케냐의 다양한 음식을 다 맛보지는 않았지만 수도인 나이로비와 인근 키얌부주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몇 가지 음식은 먹어본 것 같다. 경험해본 음식을 위주로 케냐의 음식을 소개해본다.

▲ 케냐인의 주식인 ‘우갈리’(사진 왼쪽)와 옥수수와 콩을 삶아 소금으로 간을 한 ‘기데리’(오른쪽)

 
▲쌀밥 대신 우갈리(Ugali)=
물이 부족한 케냐에서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옥수수를 많이 심는다. 쌀이 나오는 곳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극소량이다. 따라서 어디를 가도 보이는 것이 옥수수밭이다.
‘우갈리’는 옥수수를 말려 가루로 낸 것을 끓는 물에 개서 찐 것인데, 케냐 사람들의 주식이다. 동아프리카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으로, 조리해 놓은 모양은 소금과 설탕이 안 들어간 우리의 백설기 같다. 우리의 밥처럼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는다. 이들이 쌀밥이 싫어서 우갈리를 먹는 건 아닌 것 같다. 쌀밥이 좋긴 하지만 비싸니까 못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탁에 밥이 없으면 안 되듯이 우갈리는 케냐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영혼의 음식이다.

▲수쿠마위키(Sukuma wiki)= 수쿠마는 케일을 의미한다. 케일을 물에 살짝 데친 다음 기름을 두른 팬에 볶은 채소요리다. 간혹 양파나 토마토같은 재료를 추가하기도 하며, 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케냐 사람들이 흔히 먹는 일종의 반찬 중 하나다. 우갈리와는 천생연분인 마치 우리나라의 김치 같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이리오(Irio)= 삶은 감자를 으깬 후 녹색 채소를 넣어 색깔을 낸 음식이다. 삶은 감자에 옥수수 낱알이나 콩을 첨가해 씹는 맛을 더할 수 있다. 주로 키쿠유(케냐의 중앙 고지에 사는 반투계의 농경민족)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감자범벅 또는 감자샐러드와 비슷한 음식이다. 사철 나오는 과일과 함께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이다.

▲냐마 초마(Nyama Choma)= 쇠고기 또는 염소고기를 숯불에 구운 바비큐 요리다. 비교적 단순한 요리지만 구우면서 훈연되는 맛이 일품이다. 토마토, 오이, 양파, 고추 등을 넣고 소금과 식초를 함께 버무려 만든 ‘카춤바리’(Kachumbari)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다. 신선한 양파와 토마토의 강한 향기가 미각을 자극한다. 오래되지 않은 옛날, 이들이 목축과 사냥을 하며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어 먹는데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기데리(Githeri)= 기데리는 케냐에서 많이 생산되는 옥수수와 콩을 삶아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이다. 한국의 완두콩 같은 푸른색 콩으로 만드는 기데리는 우갈리 위주의 탄수화물 음식의 영양적 부족함을 보충해줄 수 있는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만다지(Mandazi)= 밀가루와 이스트, 설탕, 우유 등 기본적인 빵반죽을 만들어 얇게 밀어 삼각 또는 사각으로 잘라 기름에 튀겨낸 우리의 도넛 같은 간식의 일종이다. 큰 쇼핑몰에도 동네 빵집에도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하고 친근한 국민간식이다. 동네마다 맛있다 소문난 만다지 만드는 곳이 있고, 사무실이나 집에서 티타임에 가장 즐겨먹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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