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GMO 아닌 인공교배로 ‘오프리’ 밀 개발

수입밀과 차별성으로 국산 밀 소비․수출 확대 기대

농촌진흥청이 전북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변형(GMO)이 아닌 인공교배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제거된 밀 ‘오프리’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오프리(O-free)’는 국내 품종 중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금강’과 수량이 많고 쓰러짐에 강한 ‘올그루’의 인공교배로 탄생했다. 인공교배 후 세대가 진전되면서 염색체 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소멸된 것으로 연구진은 판단하고 있다.

‘오프리’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하나인 ‘오메가-5-글리아딘’과 셀리악병의 원인인 ‘저분자 글루테닌’, ‘감마글리아딘’, ‘알파 아밀라아제 인히비터’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백질 분석과 혈청반응 실험 결과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오프리’ 밀로 빵이나 쿠키로 만들었을 때 가공적성 또한 일반 밀과 차이가 없었다.

‘오프리’ 밀 개발은 농진청뿐만 아니라 국내외 연구진이 협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오프밀’ 식물체의 선발과 육성은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담당했고, 밀 알레르기 저장단백질 결손과 염색체 돌연변이 부위 확인은 국립농업과학원과 협업 연구를 통해 구명했다. 특히 항체와 WDEIA(밀 의존성 운동유발 과민증) 환자의 혈청을 이용한 분자면역실험은 미국 농무성 농업연구청이, 환자 혈청은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원에서 제공해 ‘오프리’ 밀 탄생을 뒷받침했다.

한편, 연구기관이나 관련 업계에서는 밀 알레르기 환자를 위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없거나 적게 포함된 식품을 개발해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 유전자 변형과 물리·화학적 제거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밀을 주로 먹는 서양인의 5%가 셀리악병 환자이며, 미국 전체 인구 중 6%는 밀 알레르기 환자로 알려져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9.9%가 ‘밀 가공제품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밀 알레르기가 서양인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수입 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품종 개발을 통한 부가가치가 향상된 제품 개발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국산 밀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오프리’ 밀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글루텐프리 제품 시장은 연간 12조 원 규모로, 이번에 개발한 Non-GMO 밀 ‘오프리’는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농진청은 이 기술에 대해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유럽에도 국제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농진청은 ‘오프리’가 유전자변형이 아닌 인공교배에 의한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의 일부가 제거된 세계 최초의 성과로, 그 가치를 국내외에 선점하고 보호받기 위해 품종으로 만들지 않고 식물특허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재배 도중 수확 후 유통․가공 과정에서 일반 밀과 섞여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고 보고 일반 밀과의 혼입 방지를 위해 계약재배로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농진청은 ‘오프리’를 자체 증식 중이며, 앞으로 생산자단체나 밀가루 가공업계와 연계해 재배단지를 조성해 원료곡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농진청 밀연구팀 강천식 연구사는 “‘오프리’는 수량성이 다소 낮고 일부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며 “농가소득 향상과 안정적 원료 공급을 위해 ‘오프리’처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없으면서 수량성 등 농업적 특성이 우수한 품종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사는 또 “‘오프리’의 품질 균일성과 안정적 공급을 위한 재배매뉴얼 개발은 물론, 산업체와 연계해 해외수출용 환자식이나 영유아식 등 가공제품도 단계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진청은 기존의 일반 밀과 차별화된 특성의 ‘오프리’ 개발로, 국산 밀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소비를 촉진해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알레르기 저감 밀 ‘오프리’ 시험재배포장에서 연구진들이 생육조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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