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이 되는 건강정보

▲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가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장암 환자의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해 대장암 진단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박인자·신용 교수팀 세계 최초 개발
기존 국내 검사법보다 정확도는 높고 간편…비용도 적어

위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때의 고통이나 불편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 고통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면 마취를 통해 검사를 하는 수면 내시경 검사법이 요즘은 보편화 됐지만 여전히 위·대장 내시경 검사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고통스럽고 불편한 내시경이 아니더라도 소화기계통의 질병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내시경이나 CT, MRI 등 의료 장비가 아닌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첨단 검사기술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기존 기술과는 달리 특별한 장비 없이 보다 손쉽게 혈액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방법이 앞으로 임상적으로 적용되면 일반인들이나 환자들이 가장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내시경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인자·융합의학과 신용 교수팀은 가로 7cm, 세로 8cm 정도의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 한 장으로 혈중 유리 핵산을 효과적으로 분리해내 간단하면서도 저비용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검사법 개발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인자, 융합의학과 신용 교수

박인자·신용 교수팀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검사법의 대장암 진단 정확도는 아직 초기단계라 수치적인 비교는 아니지만 기존의 검사법으로 암을 진단하는 것 보다는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혈중 유리 핵산(cfNA) 농도가 높은데, 기존의 혈중 유리 핵산 분리 기기들은 원심 분리기, 진공 펌프, 직류 전원 장치 등 다양한 장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DTBP’(디메틸디티오비스프로피온이미데이트 Dimethyl3,3-dithiobispropionimidate)라는 물질이 혈중 유리 핵산(cfNA)과 선택적으로 결합한다는 특성을 이용한 박인자·신용 교수팀의 검사법은 특별한 기기나 장비 없이 성인 남성 손바닥 절반 정도의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미리 채취해놓은 소량의 혈액을 흘려보내면 혈중 유리 핵산이 분리되기 때문에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간단하면서도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연구팀이 실제 대장암 환자 1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새롭게 개발된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검사법과 기존의 분리 기술을 각각 적용한 결과, 진단 정확도에서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환자 14명의 조직 샘플을 채취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결과와 혈액을 이용한 진단 검사 결과를 비교했을 때, 시중에 나와 있는 혈중 유리 핵산(cfNA) 분리 기술을 이용한 진단법은 약 57%의 진단 정확도를 보인 반면 새롭게 개발된 플랫폼 검사법은 약 71%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또한 기존에 혈액으로 대장암을 진단하기 위해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약 1시간 정도였는데,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적은 혈액만 플라스틱 필름에 흘려보내도 되기 때문에 혈중 유리 핵산 분리 시간이 20분 이내로 단축됐다.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발병률 1위인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크게 높아지지만, 치료를 해도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상용화되면 적은 비용으로 쉽고 간편하게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이번에는 우선적으로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지만, 기술적으로 발전되면 다른 암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검사법으로 암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진단해 암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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