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가는 여성발명인 - 충남 공주 ‘가은’ 박옥희 발효명장

가을볕과 함께 찬바람으로 어깨가 움츠러들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이 부쩍 생각나는 요즘이다. 충남 공주 ‘가은’에서 밤껍질로 율피차를 개발한 박옥희 명장은 밤의 두꺼운 껍질과 속살 사이에 붙어있는 율피로 목넘김이 좋은 발효차를 가공했다. 밤 주산지인 공주에서 밤을 가공하기 위해 경남 김해에서 올라왔다는 박옥희 명장. 버릴 것 없는 밤소비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 '가은' 박옥희 명장(가운데)은 율피차를 개발해 지역 특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의학에서 좋다는 율피로 발효차 개발
온 국민이 마시는 건강차로 활성화 할 것

율피차 알리고자 귀촌
경남 김해에서 송이버섯 음식점을 운영하던 박옥희씨는 단골손님이던 차영태 대표를 만나면서 율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항상 인자한 웃음으로 음식점을 찾아주던 차 대표님이 어느 날 밤을 가져와서 밤 가공사업을 크게 해보겠다고 하셨어요. 대표님하고 밤에 대해 대화하는데 율피의 기능이 대단하다고 모든 국민이 손쉽게 먹었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냐고 문의하셨죠.”

박옥희씨는 그의 말을 듣고 율피를 이용한 쨈, 조청, 양갱, 생크림 등을 만들어 차 대표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차 대표가 의도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 모든 사람이 율피를 쉽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지만, 박옥희씨가 손수 만든 가공식품에는 당 성분이 있어 아무리 좋은 재료로 가공해도 매일 섭취는 어려웠다.

“율피차를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 했어요. 일반적인 발효방법으로는 율피에서 시큼한 맛이 나서 차로 마시기 어려워요.”

박옥희씨는 연구 끝에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 유인균 발효 전문가 자격을 인증 받아 1급 유인균 발효명장이 됐다.

가공기업서 발효명장으로 활약
“율피는 밤의 투박한 겉껍질을 벗기면 밤의 속살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이 율피에요. 투박한 겉껍질은 가축의 거름으로 쓰이는데, 정작 몸에 좋다고 알려진 율피는 활용을 못해서 버려지기 일쑤였어요.”

밤이 주산지인 충남 공주의 많은 기업에서는 대부분의 밤을 사람 손으로 일일이 율피를 제거해 알밤을 가공하고 있다.

“율피차의 주원료인 율피를 사람 손이 닿아 오염된채 생산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각종 가공기계를 개발해 대기업과 거래해온 차영태 대표님이 사람 손이 필요하지 않은 깐밤기계를 개발하면서 사업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가은’ 차영태 대표는 공주시산림조합과 밤생산영농조합 등에서 톤 단위로 밤을 수매해 깐밤을 손쉽게 가공하기 위한 기계를 개발하는데 20년의 시간을 쏟았다.

“차영태 대표님과 힘을 합하지 않았다면 잘되던 음식점을 임대로 내놓고 연고지 없는 공주로 자리 잡을 용기는 내지 못했을 거예요.”

▲ ‘가은’에서는 율피 함유율에 따라 블랙, 레드, 화이트 구성으로 율피차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국가대표차로 율피차 명성 높일 것
일반적으로 밤은 떡집과 빵집, 삼계탕집 등에서 주로 소비되고 있다. 그동안 쓰임이 알려지지 않아 버려졌던 밤껍질로 끓인 차를 마신 소비자들은 내장지방이 빠지고 당을 낮춰 비만예방과 질환예방에 두루 효과를 봤다고 박옥희 명장을 귀띔했다.

“저는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주산지인 지역에서도 완전한 율피차를 만들지 못했는데, 밤을 자주 접해보지 못한 다른 지역에서 올라온 제가 꾸준한 노력으로 율피차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선생님보다 본인이 열심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발효된 차가 많지 않고 건조하고 덖은 차가 많다고 말하며 중국의 보이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율피차에는 보이차와 같은 성분이 들어있어요. 단단한 가시에 감싸져 있는 율피는 농약이 검출되지 않고 카페인이 없어요. 몇 십년 발효된 보이차는 아주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해요. 몸에 좋은 율피차를 모든 국민이 자주 마실 수 있도록 발효기술을 계속 갈고 닦아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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