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특허를 말하다- ①농촌진흥청 작물기초기반과 이미자 연구사

▲ 1980년 이후 개발된 47개 쌀보리 품종 중 15개 품종을 개발한 이미자 연구사.

보리 찰성 검정방법 등 8건 특허 출원…검정색 보리 세계최초 개발

자색·청색·흑색의 찰보리 6개 품종 개발
기능성 보리에 대안찰과 다한 등 모두 15개 품목 달해

만년 연구사지만
보리산업 활성화 전도사 자부심

“농작물에도 차별이 있지요. 똑같은 연구를 해도 쌀이나 과일 등은 금방 효과도 나고, 주변의 인식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보리는 국민들의 오랜 인식이 가난을 상징하는 것처럼 돼있다 보니 다소 소외돼 왔다고 할까요. 다행히 요즘 들어 웰빙식품으로 보리가 뜨면서 조금은 관심도가 나아진 것 같아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보리 소비량은 연간 1.4kg에 불과하다. 식량으로서의 기능은 미약하다. 그런 보리 농사를 기능성 증대와 과학적 품질향상을 통해 산업으로 활성화 시켜나가는 사람이 있다.
기능성 보리를 개발하는데 이용된 ‘프로안토시아니딘 및 아밀로스의 함량이 감소된 품종의 검정방법’ 등 무려 8건의 특허 기술을 출원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이미자 연구사(53·박사). 만년 연구사에 머물고 있지만 ‘보리산업 활성화’ 전도사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보리는 인공교배에서 품종 개발까지 7~10년이 소요됩니다. 80년대 이후 쌀보리 품종은 47개 품종이 개발됐는데, 이 중 전체 쌀보리 품종의 30%에 해당하는 15개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이 박사가 개발한 기능성 보리는 이미 국내 보리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영백찰 품종은 세계 최초로 색깔이 변하지 않는 보리다. 흑누리(검정보리)는 가공특성이 우수해 음료, 커피 등 다방면에서 사용이 기대되고 있다. 보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보리는 베타글루칸 등 영양가 높은 대표 맥류로서 모든 나라마다 웰빙 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보리 소비확대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다양한 기능성 품종 육성과 용도별 적합 품종 개발, 건강기능성소재화 등의 요구가 갈수록 높아갈 것입니다”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성분육종 기반마련과 실용화

이미자 박사가 그동안 개발한 품종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박사는 보리밥 저장 시 갈변의 주원인 물질이 프로안토시아니딘임을 밝혔고, 프로안토시아니딘이 없는 찰성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초기세대에 프로안토시아니딘과 찰성검정을 동일한 미량시료로 검정할 수 있는 검정 방법을 개발하게 됐고 특허 등록까지 했다.

즉석밥 제조 시험결과 기존 원료보다도 우수한 품질 평가(백도 38.5→48.5)를 받았으며 특히, 보리쌀을 덜 깎아도 높은 백도를 나타내어 산업체에서는 원료의 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전국 쌀보리 재배면적의 80%(14,000ha)를 차지하는 흰찰쌀보리(1993)는 품질은 우수하지만 키가 작아 기계수확이 어렵고, 보리호위축병에 약해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누리찰’은 이러한 단점을 해결했다. 또한 품질도 우수하고 생산량도 10% 증가해 현재 국립종자원에서는 농가 보급 원종 생산단계로, 2018년에는 보급종을 생산, 2019년에 농가 보급이 이뤄진다. 누리찰이 농가에 보급되면 20년 만에 흰찰쌀보리를 대체해 농가 소득 증대가 기대된다.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물질 중의 하나인데 안토시아닌 함유 색깔보리인 자수정찰(2006)을 시초로 자색품종으로 자수정찰(2006), 보석찰(2008), 청색품종으로 강호청(2009), 흑색품종으로는 흑나래(‘10), 흑누리(2011), 흑광(2012) 등을 연이어 개발해냈다.
또한,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과 비타민 등 영양성분이 우수한 대안찰(‘08)과 생산량이 높고 추위에 강하며 국수 가공특성이 좋은 다한(‘12)등도 있다. 추위에 강한 쌀보리 품종은 경기지역까지 확대 재배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은 기능성 품종개발을 위해 보리전분 특성을 이용한 검정 방법을 개발했다. 이 검정방법으로 베타글루칸 함량이 11%(기존대비 2-3배 증가)로 국내 개발 품종 중에서 가장 높은 ‘베타원’품종을 개발하였다. 미국 FDA는 1일 0.75g 베타글루칸 섭취를 권장하고 있는데 일반보리의 경우에는 1회 40%(13g)을 혼식해야 하지만 베타원의 경우에는 1회 17%(13g)만 혼식해도 권장량 섭취가 가능하다. 

단지 조성을 통한 품종 보급
확대와 보리산업 활성화

신품종 보급과 최적 원맥생산을 위해 용도별 적합 보리 품종의 대단위 실증시험과 단지조성을 지원하고, 가공업체와 생산농가의 연계를 꾀했다. 전북 고창과 전남지역에 검정보리 재배단지를 조성 생산된 종자는 ㈜하이트진로음료 검정보리음료인 블랙보리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출시 3개월 만에 500만 병(75억 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기능성 색깔보리는 오색컬러보리쌀로 제품화 돼서 연간 50억 원 판매 소득을 올렸다. 해외수출도 미국·중국·일본 등에도 이어지고 있다. 흑누리는 제빵특성이 우수해 CJ뚜레쥬르에 건강빵으로 제품화돼 1273개 가맹점에서 판매되고, 보리 커피는 드립시간이 3배 단축되고 카페인도 적어 임산부나 청소년들의 커피 이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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