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영농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농촌이 농사일로 가장 바쁜 6월, 농산물의 출하 운명을 판가름하는 PLS제도(농약 허용물질 관리제도)가 내년 1월1일부터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농사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PLS제도에 대한 농업인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영농현장을 찾았다.

농사성패, 양심적 농약사와 거래할 것
깨알글씨 농약정보에 답답한 농업인들

▲ 충북 괴산 최혜진 농업인은 농약병에 기재된 글씨를 읽으려 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

충북 괴산에서 7만6000㎡(2만3000평)의 농지에 배추, 옥수수, 고추 등을 재배하는 최혜진씨는 농약을 잘못 사용해 고배를 마셔야 했던 영농 실패담을 털어놨다.

“지난 농사 때 농약판매상에서 농약 여러 개를 추천 받았습니다. 구입할 때 들은 설명대로 여러가지를 섞어 옥수수에 약을 쳤습니다. 보통 한 나무에 2개의 옥수수가 달려야 하는데, 5~6개의 잘잘한 옥수수가 한꺼번에 달려서 결국 다 버려야 했습니다. 매상을 높이려고 여러 농약을 끼워 판 농약사에 저처럼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많았습니다. 농사를 잘 지어야 1년 내 쓴 농약 값과 영농작업에 들인 비용을 갚아나가는데 농약을 잘못 써서 농사가 절단나면 경제적으로 무척 힘이 듭니다.”

최 씨는 이를 계기로 농약사를 옮겼고, 농약을 구입할 때 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하게 됐다고 한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농약사를 잘 만나야 합니다. 농약사를 잘못 만나 한 해 농사를 망치면 최소 3~4년의 피해 복구시간이 걸려요. 농약사에서 농약을 권유할 때 무작정 구매할 게 아니라 농약의 쓰임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필요합니다.”

최 씨는 병해충 방제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농약병을 보여주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농약병에는 특정 병해충에 잘 듣는다는 설명과 희석해서 사용하는 방법 등이 나와있는데, 글씨가 깨알처럼 작아서 돋보기를 써도 잘 안 보여요. 농약이 한 두푼도 아니라 다시 사올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저보다 더 고령인 어르신들은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최혜진씨는 농약병 디자인이 분별력 없이 비슷비슷한 모양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씨가 안 보이면 용도에 맞는 표식이라도 있다면 좋을텐데, 농약병이 다 비슷하게 생겨 영양제인지 살충제인지 병 모양만으로는 판독이 불가해요. 쓰임용도와 병 디자인에 연관점이 하나도 없는 게 아쉬워요. 만약 뚜껑에 제초제를 상징하는 표식이나 색깔이 있고 살충제는 어떤 뚜껑을 쓴다는 구분이 된다면 농업인들이 알아보기 쉬울 겁니다.”

▲ 충남 천안 김표예 농업인은 PLS제도에 유념해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1만㎡(3000평)의 농지에 포도농사를 짓는 김표예씨 역시 농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협에서 농약 처방을 받고 있다.

“시에서 해주는 공동방제는 화상병쪽으로 많고 보통은 농업인 스스로 농약을 구매하고 있어요. 포도가 과실이다보니 매년 병해충이 발생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꽃매미충과 총채벌레가 나타나서 농약사를 통해 농약을 구매했습니다.”

김표예씨는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병해충약과 종이포장 전 포도 곰팡이약, 제초제 등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PLS제도 강의를 들었는데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올바른 농약을 선정해주고, 농약사에서는 앞으로 농약을 구매할 때 전산으로 판매기록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아직 시행 전이지만 농약사에서 농약을 판매한 내역이 남으니까 농업인도 안심하고 농약을 구매할 수 있겠어요.”

김표예씨는 작년 충남지역에서 한 전업농이 농약을 잘못 사용해 피해를 봤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농업인이 수도작을 하면서 벼에 주지 않아야 할 약을 줘서 벼를 다 폐기처분해야 했다고 들었어요. 한 해 농사를 망친 것은 기본이고 벌금도 내야했습니다. 농약은 판매하는 농약사가 농작물에 맞는 제대로 된 약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농약을 구매하는 농업인은 농약사에서 하는 말만 믿고 주는 대로 쓰기 때문이죠.”

그는 내년에 시행되는 PLS제도가 고령농에게까지 널리 알려져야 PLS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을 거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PLS제도를 이해하지만 소규모로 조금씩 여러 작목을 재배하는 고령농들은 옛날 생각대로 약을 줘요. 농약을 규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애써 재배한 농작물이 기준에 걸린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뿐 아니라 개인 농약사에서도 PLS제도를 어르신들에게 꼼꼼히 설명해주는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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