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미투 입법과제’ 포럼 열려

▲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미투 입법 과제’를 주제로 그동안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고, 피해자를 위한 법안이 신설될 수 있도록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지난 1월29일 검찰 내 성추행 사건 폭로 이후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이 사회계와 문화계를 넘어 각계각층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피해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권력형 성폭력’을 통해 우월적 지위에서 지속적, 반복적인 폭력 피해의 고통에 법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함에 분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미투 입법 과제’를 주제로 한 제20차 젠더와 입법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각 정당 등,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정춘숙 간사와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는 미투 법안들을 검토하고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법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인숙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그와 관련한 사항들에 대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포스트 미투운동으로서 젠더폭력의 입법 공백과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법적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그동안 성희롱과 성폭력 등에 대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해소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주제발표는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한지영 이화여자대학교 법학박사가 ‘미투에 따른 법적 대응–미투 법안 분석을 중심으로’,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비동의 간음죄 신설 및 형법상 성폭력 관련법 체계 검토’로 진행됐다. 두 발제 중, 박복순 연구위원과 한지영 법학박사의 주제 발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우수수 쏟아지는 ‘미투 법안’…국민 목소리 반영해야

벌금조정‧형량강화‧공소시효 폐지 등…
젠더폭력 방지위한 법제도 개선 논의

박복순 연구위원은 “본 발제문은 성 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인권의 보장을 위해 미투 대응 법안 검토를 통해 법체계의 정비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의 발제에 따르면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1월30일부터 4월30일까지 3개월 간 발의된 의안을 살펴보면 미투와 관련된 의안은 총 1592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투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성희롱, 성차별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검토한 뒤, 미투 대응 법안으로 나눈 결과 미투 대응 법안 은 총 96건으로 검색됐다.

먼저, 박 연구위원은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 관련해 “성폭력범죄는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으며, 공소시효가 짧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입법대안으로 성범죄 경중에 따라 벌금형 규정을 조정하고, 적정한 형량 조절과 공소시효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안 등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강간죄 등의 최협의설 폐기와 비동의간음죄 신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형법 제307조제1항에 의하면,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실명과 피해 사실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할 경우,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현행법상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는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사실 고백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가해자들은 이를 악용함으로써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성폭력 피해자를 압박‧협박하는 수단으로 역고소가 악용되는 법현실을 고려했을 때 성폭력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그 지점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에 한해 위법성 조각사유로 규정하는 등 특례 규정을 두는 방식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투운동과 관련해 끊임없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권력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은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투 대응 법안은 이미 개정하고자 하는 내용이 발의돼 법안심사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을 재차 다른 의원이 발의하거나, 개정 취지를 같이 하는 유사 내용을 여러 의원들이 각자 발의하거나 해서 수적으로 많이 부풀어져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성과만을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미투 법안에 대한 조속한 심사와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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