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 특집 - 농촌에서 그린 다문화여성의 행복

▲ 어린이날을 앞두고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춘포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세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전북 익산 춘포면 베트남댁 정수진 씨

다문화여성들이 우리 미래 농촌을 지키고 가꿔나가는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먼 타국에서 결혼을 위해 이주해 온 대부분의 다문화여성들은 초기에는 생활양식과 문화, 가치관의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중국댁, 베트남댁, 캄보디아댁으로 불리우는 다문화 여성들이 농촌에 많아지면서 이제는 그들을 포용하고 도와가며 우리 이웃으로 감싸고 보듬는 이웃들도 많아졌다. 전북 익산에서 고령의 시어머니를 지극한 정성으로 모시고 남편과 함께 농사하며 세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당당한 한국의 농촌며느리, 베트남댁 정수진 씨의 행복한 농촌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이주다문화여성, 한국의 당당한 농촌며느리 되기까지....

>>아이 셋 낳고, 한국 농촌에서 행복한 삶 가꾸는
>>베트남댁 생활개선회원 정수진 씨 이야기

전북 익산 춘포로 시집 온 정수진 씨는 이제 ‘베트남댁’ 보다  ‘신영이 엄마’로 불리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10년 차 결혼이주여성이다. 춘포면 생활개선회원이기도 하다.
원래 이름인 누엔티띠엔은 잊고 산지 오래지만 요즘은 친정언니가 수진 씨 집에 같이 살기에 가끔 들을 수 있다. 수진 씨가 아이 셋에 병든 시어머니까지 돌보느라 힘에 부쳐서 베트남에 있는 애들 다 키워놓은 언니의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모국 친정 식구의 한국 거주는 정부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다. 

“수진 씨는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데 항상 바쁘죠.  가족들 살뜰히 챙기고, 마을일도 적극 돕고 참여하니 얼마나 예쁜지요. 작은 거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도와주고 싶어요”
같은 교회에 다니며 열심히 사는 수진 씨에게 생활개선회에 가입을 권유한 유숙경 춘포면 생활개선회장은 수진 씨 칭찬에 끝이 없다.
생활개선익산시연합회(회장 정미숙)는 다문화여성 생활개선회원에게는 회비를 면제시켜주고, 쌀 떡국나눔 행사 등을 통해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어울리며 생활개선회 가입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수진 씨는 23살 때 “한국 남자가 좋더라”는 친구의 소개로 한국에 왔다. 낯선 땅에서 의지할 사람은 남편 한 사람뿐이었는데 정 많고 따뜻했지만 시어머니와 소소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시어머니와 말이 안 통해서 어려웠지만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우리 어머니는 시골 사람이라 돈 쓰는 걸 무척 싫어했어요. 시장에서 고기라도 사오면 막 야단을 치셨어요.”

▲ 한국어 교육 시간은 다문화여성이란 공통점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평소 얘기할 수 없는 속마음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며느리가 돈을 허투루 쓸까 노심초사했던 시어머니는 수진 씨의 외출조차 막았지만 수진 씨의 남편이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남편 박종록 씨는 수진 씨가 하루빨리 한국어를 배워야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다며 공부를 할 수 있게 배려했다. 수진 씨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비슷한 처지의 다문화여성들과 교류하며 마음을 나누고, 또 생활에 필요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며 한국 농촌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춘포면은 다문화가정이 15가구다.  그중 생활개선회에 가입한 다문화여성도 수진 씨를 합쳐 6명이다.

“남편 마음에 맞췄죠, 우리 남편은 시어머니 잘 모시는 걸 제일 좋아해요.”
한국에 와서 아이 셋 낳고 잘 살게 된 비결을 물으니 수진 씨에게서 이런 답이 돌아왔다. 원래 베트남 여성은 자존심이 세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절대 사과하는 법이 없다는 게 수진 씨 얘기다.
“잘 살아보겠다고 한국까지 왔으니 남편이 만족할 수 있도록 시어머니를 잘 모셔야겠다고 생각했죠.” 남편은 당연히 수진 씨를 고맙게 생각했고, 수진 씨 역시 남편의 소소한 칭찬과 다독거림에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88세로 이제는 몸과 마음이 약해진 시어머니와 남편, 초등학교 4학년, 3학년 연년생인 신영이와 준영이, 그리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섯 살 막내 민영이까지 아이 셋과 함께 안정된 생활로 행복을 그려가는 수진 씨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혹시 아이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차별받지 않을까 걱정돼요.”
다문화 자녀라서 겪게 될 지도 모를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다. 그래서 수진 씨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춘포면 작은도서관 등에서 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의 어린이집과 학교생활도 선생님들과 항상 의논하며 도움을 받고 있다. 방과 후에도 학원과 기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사회성을 키우도록 지도하고 있다.

“춘포 봄나루 작은도서관에서 매월 네 번째 토요일에 열리는 마술 수업을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가족 모두가 즐거워하는 수업이다. 
베트남댁 수진 씨의 미래 계획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어서 아이들 공부를 잘 시키고 싶어요.”마치 우리나라 1980~1990년대 교육열에 불타올랐던 한국의 어머니들 같은 대답이었다.
수진씨 네는 그래서 약 7만6000㎡ 규모의 기존 벼농사 외에 올해는 하우스 2동을 새로 지어 멜론과 상추를 심을 계획을 갖고 있다.

수진 씨는 한국 농촌생활 적응과 성공이 혼자 힘으론 어려웠다고 말했다.
주위의 도움과 걱정, 그리고 사랑을 많이 받아 가능한 일이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특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춘포면의 생활 환경도 적응을 도왔다. 춘포면사무소와 작은 도서관, 아동지원센터 등의 각종 프로그램도 수진 씨와 가족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문화가족이 행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혼이주여성뿐만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마을사람이 함께 어울리도록 도와야 합니다.” 봄누리 작은도서관 사서 노양남 선생의 말은 우리 모두가 지속적 농촌의 성장을 위해 귀담을 말이다.

 

▲ (왼쪽부터) 정수진 씨, 정미숙 회장, 노양남 사서, 유숙경 회장

“수진 씨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정미숙 생활개선익산시연합회장
•유숙경 춘포면생활개선회장
•노양남 봄나루 작은도서관 사서

베트남과의 문화 차이와 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때 옆에서 수진 씨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응원해 준 사람들이 있다.
“수진 씨는 성격이 밝고 마음이 이뻐요.”
“한국말을 아주 잘해서 한국어를 잘 모르는 다문화여성들의 말도 전하는 역할을 해요” “얼마 전 수진 씨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얼마나 정성스럽게 보살피던지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춘포면에서 수진 씨의 단란한 삶을 응원하고 격려한 사람들이다.
정미숙 회장은 “춘포에 와서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앞으로의 우리 미래 농촌을 생각하니 아이 셋이나 낳고 열심히 농사짓는 수진 씨가 정말 농촌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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