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재해복구비와 재해보험금이
농업인 눈높이에 훨씬 못 미쳐…
농작물재해보험을 더 확대하고
재해별로 품목․품종․재배방법
지역․시기 등 다양한 조건 고려한
보험상품 개발도 절실하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맞바람이 계속되면 비가 올 징조요 하늬바람이 계속되면 맑아질 징조다.’ ‘구름이 동쪽으로 가면 맑고 서쪽이나 남쪽으로 가면 비, 북쪽으로 가면 맑다.’ ‘햇무리와 달무리가 나타나면 비가 온다.’ 이렇듯 오랫동안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쌓여진 경험에서 기상을 예측했다. 주로 하늘을 보고 하늘의 색과 구름의 모양, 움직임 등을 관측해 그것과 날씨와의 연관성을 살폈다. 오늘날 과학적인 기상관측에 비하면 비록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소박한 관측을 통해 날씨를 판단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해 왔다.

기후는 우리 생활에 중요한 자연환경으로 매일 매일의 생활과 직결되고 있다. 최근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이상기후다. 폭우나 폭설, 강풍과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소득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농어업재해보험법에 근거해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으로 순보험료의 50%와 30%를 지원해줘 실제 농가부담은 20%뿐이다. 다만 재해가 발생돼 보험금을 받을 때는 좋지만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납입한 보험료를 되돌려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보험가입을 꺼리는 농업인이 많다. 보험은 그 제도 자체가 상호부조(相互扶助)다. 그러나 아직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가입률이 저조하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시작된 이후 17년간 108만 농업인이 재해보험에 가입해 보험료 5196억 원을 납부해 총 영업보험료 2조3040억 원의 누계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27만4000여 농가에 사고가 발생해 보험금 1조3766억 원을 피해농업인이 수령했다. 농업인의 생활안정을 위협하는 자연재해 등 각종 위험은 농업인의 힘만으론 극복하기가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말 가입실적을 보면 사과를 비롯한 배, 떫은 감, 포도, 콩, 양파 등 중위험군(群)으로 분류되는 작물의 재해보험가입률이 11.3%에 그치고 있다. 물론 배는 63.4% 사과는 57.4%이고 그 밖의 작목은 미미하다. 저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벼, 시설작물, 밤, 마늘, 표고버섯도 18.5%로 저조하다. 고위험군으로는 가을감자가 유일한 작목으로 가입률 역시 11.3%로 낮다. 재해보험은 사후적 무상지원제도를 선제적 대응으로 전환하고 농업인이 위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다.

농작물재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일반보험에 비해 보험적용이나 관리가 매우 어렵다. 동일한 재해라도 다양한 조건에 따른 피해 정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험목적물에 대한 위험수준, 수확량, 사고발생 여부, 농업인의 경작능력 등 모든 정보에 대해 보험 취급기관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계약자인 농업인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아 보험구매력이 낮고 기존 재해지원대책 등으로 재해발생시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할 이유다. 재해 보장방식과 수확감소보장, 생산비보장 등 보장내용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농업환경 변화에 따라 갑자기 발생되는 꽃샘추위로 인해 저온피해가 늘고 있다. 특히 사과 농가에 피해가 심하다. 정부나 지자체나 농협이 피해농가에 대한 재해복구비와 재해보험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업인의 눈높이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을 더 많은 작목으로 확대해야 한다. 앞으로 재해별로 품목, 품종, 재배방법, 지역, 시기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한 보험상품 개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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