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 농업·농촌을 품다① - 동네, 정미소

최근 정부가 도시농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이제 농업은 도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도시지역에서 우리 농업농촌을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본지는 이러한 사례를 발굴해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기획을 연재한다.

서울시 마포구의 1인가구가 밀집된 성산동에 ‘동네, 정미소’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 가게의 황의충 대표는 도시민들에게 소포장된 다양한 품종의 쌀을 판매하고 있다. 황 대표는 작은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소농들과 직거래하면서 도시민들에게 쌀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그를 만나 도시의 쌀 소비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동네, 정미소' 황의충 대표는 소포장 쌀로 국내 다양한 품종의 쌀을 선보이고 도시의 쌀 소비를 높이고 있다.

지역명 일색의 브랜드…품종 소개도 중요
밥 맛있게 짓는 노하우 도시민에 강좌

소비트렌드 맞는 소포장 쌀

‘동네, 정미소’는 언뜻 보면 카페처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기존 정미소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450g으로 소포장된 지퍼팩 쌀들이 선반마다 진열돼 있고 입구에는 벼를 탈곡할 수 있는 작은 정미기가 놓여 있다. 황의충 대표는 가게를 차리기 전에 경기도 파주에서 벼농사를 10여 년 해온 도시농부다. 그는 서울시 광화문에서 매달 새로운 콘셉트로 농산물 직거래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제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서 직거래 행사를 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직거래인데 왜 비싸요?’였어요. 농산물을 직거래한다고 해서 가격이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상태의 고품질 농산물을 전하는 것이었는데 소비자들과의 생각에는 온도차이가 있었죠. 이러한 농업인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기란 매우 어려웠어요. 그래서 가격이 아니라 농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체험형으로 우리 쌀을 소포장해 판매하게 됐습니다.”

토종벼는 매장 내의 정미기를 통해 현미에서부터 5분도미, 7분도미, 백미까지 도정이 가능하다.

황의충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백미뿐만 아니라 현미, 쌀눈이 살아있는 7분도미 등 다양한 분도수의 쌀을 선택해 입맛에 맞게 선택해보라고 일러준다.

▲ 가게에는 소비자가 가까이 보고 만질 수 있는 다양한 토종벼들을 소품으로 전시했다.
▲ 토종쌀 세일정보와 농촌에서 생산된 가공품이 가게 입구에서 도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시중 쌀 이름, 지역명이 대부분

황 대표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쌀이 품종명보다 지역명이 브랜드화 되고 알려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판매가 잘되는 쌀들은 대부분 지역명이 브랜드입니다. 이천쌀, 김포금쌀 등 지역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곧 쌀의 이미지죠. 품종명을 딴 철원 오대쌀이 오대산에서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요. 농촌진흥청에서 품종 등록한 쌀만 200가지가 넘고 그 중 우수한 품질에 선정된 쌀이 20가지는 될텐데,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쌀 품종에 관심 갖고 구매할 정보가 없어요.”

마트의 쌀포대에는 품종 이름이 적혀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황 대표는 강원도 오대, 전북 김제 신동진 등 다양한 토종쌀을 소비자들에게 품종명이 제품명인 소포장 쌀들을 판매하고 있다.

“토종쌀의 품종명을 알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세일기간을 정해서 쌀들의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쌀이 소포장 돼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없이 권하기 좋아요.”

도시민들 식습관에 쌀은 기호식품

황 대표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 농산물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직거래 장터를 하면서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홍보를 많이 해왔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설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농업인이 우리 농산물이 건강에 좋고 다방면에서 좋다고 홍보 합니다.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 같은 말은 어느덧 포스터의 표어처럼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바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말보다는 실천을 통해서 쌀의 맛을 전하고 있습니다. 바쁜 사회생활로 외식이 잦은 도시민들에게 직접 지어 먹는 밥이 제일 맛있는 밥, 쌀도 품종을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게에 강좌를 열어서 밥에 어울리는 재료를 소개하고 새로운 밥의 맛과 밥 해먹는 재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앞으로 서울시 서대문구에 '동네, 정미소' 2호점을 개업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의 실험적인 쌀 판매 전략은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과 응원을 얻고 있다고. 지난해 12월문을 연 '동네, 정미소'는 벌써 소문을 듣고 농업인들로부터 거래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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